[국토경제신문 한성원 기자] 건설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이들의 요구사항 중 하나인 직접시공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은 6일 자정을 기해 전국 건설현장에서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어 같은 날 오후에는 서울광장에서 2만여 명이 참가한 ‘2016 건설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건설노조는 이번 총파업을 통해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적정임금(임대료)제 도입 △직접시공 전면 도입 △공제회 건설노동자 지원사업 강화 △건설기계 산재 전면 적용 △임금·임대료 체불대책 및 유보임금 근절 △건설현장 내국인 고용 대책 마련 △장비임대료 지급보증제도 개선 △산재사망처벌 및 원청책임 강화 법제화 등 18가지의 법·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최근 남양주 등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직접시공제 확대를 주장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직접시공제는 발주처로부터 시공 계약을 한 원도급사가 하도급을 주지 않고 직접 인력, 자재, 장비를 투입해 공사를 담당하는 제도다.
공사규모별로 3억원 미만은 50% 이상, 3~10억원 미만은 30% 이상, 10~30억원 미만은 20% 이상, 30~50억원 미만은 10% 이상 원청 건설사가 직접 시공하는 식이다.
현행법상 100억원 이하 공사로 규정돼 있지만 시행령에서는 50억원 미만 소규모 공사에만 적용하고 있어 건설현장에서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으로 전락한 상태다.


건설노조는 직접시공 확대를 통해 건설현장의 하도급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설근로자의 사망재해와 임금체불 등 건설현장의 해묵은 숙제들이 결국 불공정한 하도급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원청 건설사의 직접시공이 확대되면 보다 책임감 있는 안전사고 예방과 인력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건설노조의 주장이다.


정치권에서도 직접시공제 확대를 위한 법제화가 논의되고 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6일 공공기관이 발주한 100억원 이상 공사의 경우 총 공사비의 30% 이상에 대해 직접시공제를 적용토록 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 의원은 앞서 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직접시공제 도입의 필요성과 일자리의 희망을 만들기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고 직접시공제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건설경제연구소 신영철 소장은 “현재 건설현장에서는 도급 계약자(원청)와 실제 시공자(하청)가 달라 불공정 하도급 특약이 만연해 있다”면서 “이에 따라 원청 건설사는 하청업체에 리스크를 전가하게 되고 하청업체는 점점 부실화돼 도급 과정에서 안전관리비를 삭감하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직접시공을 확대할 경우 전문건설사들의 일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기존 건설산업 체계는 종합건설사가 종합적 시공관리를, 전문건설사가 각 공종에 대한 전문성을 살려 직접시공을 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직접시공제 확대는 건설산업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반시장적 규제”라며 “원도급사가 직접 시공한다고 해도 건설근로자의 고용이나 안전 등 처우가 개선될지는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무엇보다 다양한 건설공사의 특성을 반영해 직접시공제에 대한 검증부터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심규범 연구위원은 “재정 상태나 실적 등의 평가를 거쳐 도급 계약을 한 원청 건설사가 직접 시공을 하는 방향이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의 업역이 나뉘어 있는 현 우리나라의 건설산업 체계에서 직접시공제의 전면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된다”고 선을 그었다.
심 연구위원은 이어 “독일처럼 우리나라의 건설산업 체계도 종합·전문건설업 구분 없이 건설시공과 건설사업관리(CM)로 재편될 수 있다면 직접시공제 확대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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