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바닥을 찍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금융지원 정책이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외건설협회 건설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50억1388만2000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03억8940만8000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특히 중동시장은 지난해 1∼2월 23억7243만4000달러에서 올해는 같은 기간 8763만8000 달러로 급락해 건설업계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물론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다.
또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등으로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 건설업체들이 해외건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금융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란을 포함한 중동과 아시아지역의 주요 발주 형태인 ‘시공자 금융제공 방식’은 입찰제안서에 금융조달 계획이 포함돼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의 금융지원이 ‘수박 겉핥기’식에 그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3일 국토교통부는 강호인 장관 주재로 ‘제1차 해외건설진흥 확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국토부는 기존의 글로벌인프라펀드(GIF)와 코리아해외인프라펀드(KOIF)를 ‘해외건설 특화펀드’로 활용해 해외건설 수주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3500억원 규모의 GIF는 단순 토목공사에 대한 투자만 가능한 수준”이라며 “중국의 경우 전체 공사비의 80∼90%를 국가가 융자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비를 조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KOIF는 투자한도가 20억 달러 수준이어서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최소 6% 이상으로 책정돼 있는 목표수익률에 발목이 잡힐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해외건설 특화펀드가 시공자 금융제공 방식에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공자 금융제공 방식에서 발행하는 국채와 해외건설 특화펀드의 조달금리가 큰 차이를 나타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향후 해외건설 시장에서의 성패는 각각의 기업이 아니라 국가차원의 금융조달 능력에 달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건설 시장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나 일본 등의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금융지원 자금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아울러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국채금리가 높아 기본적으로 입찰 때 불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시공자 금융 금리를 낮추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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