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업계가 건설산업의 고부가가치 영역인 PMC 역량강화를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기술과 전문 인력 확보에서 선진업체에 밀리고 우위를 점했던 가격경쟁력도 중국 인도 등 후발주자에 바짝 쫓기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24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엔지니어링협회와 학계, 기업 등이 PCM 역량확보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엔지니어링산업이 더 늦기 전에 고부가가치 영역인 PMC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체질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기업에게는 자체 역량 확보를, 정부에게는 국내에서 PMC 실적(Track Record)을 쌓아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실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PMC(Project Management Consultancy)는 이른바 프로젝트 총괄관리로, 발주기관을 대행해 해당 사업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젝트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술과 경영 기법을 결합한 창조적인 지식정보산업으로 기본설계, 감리, 시공사 선정 등 사업 전 과정에 관여하는 컨설팅 분야 최상위 개념이다.


전 세계 엔지니어링시장은 매년 5~10%씩 성장하고 있으며 유럽과 중동 메트로사업 등을 중심으로 PCM 발주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당장 이달 말에도 카타르 트램과 사우디아라비아 메트로사업이 PMC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된다.


국내에서도 KTX 경부선 1단계(1600억원)와 인천공항철도(2500억원), 인천국제공항(812억원) 등이 PMC 형태로 발주되고 인천대교(1200억원)가 PMC·FEED 형태로 발주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업체는 사업을 수행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데다 PMC 수행 경험이 거의 없어 이들 사업은 Bechte, Aecom 등 글로벌 선진 업체가 수주했다.
국내에서조차 외국 기업에 밀리다 보니 해외에서의 수주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실정이다.
도로나 공항사업, 플랜트 분야에서는 간혹 수주가 있었지만 사업비가 대규모로 투입되는 철도분야의 경우 수주가 전무하다.


지난해 오만 국영철도 PMC 입찰에서 도화엔지니어링은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기술점수도 2위로 평가받아 첫 수주가 기대됐지만 사업수행 경험이 없다는 것이 발목을 잡으며 최종 낙찰자 선정에 실패했다.
엔지니어링업계가 PMC 역량강화를 위한 행보에 본격 나선 것은 이 같은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엔지니어링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경우 PMC 수행 실적이 없다보니 해외 발주처로부터 사업수행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신뢰가 없는데 과연 어떤 발주기관이 우리를 믿고 일을 맡기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국내 업체가 PMC 실적을 쌓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도로 철도 플랜트사업 등의 PMC는 주로 정부나 공기업 등이 맡고 있는데서 기인한다.
엔지니어링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PMC는 파이낸싱, 입찰서류 등 기획, 시공사 및 설계사 선정 등 다양한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며 “그런데 국내의 경우 이러한 과업을 정부나 공기업이 담당하고 있어 업계가 실적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엔지니어링업계는 정부차원에서 PMC 실적 확보를 위한 시범사업을 실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진성환 전략기획팀장은 “중국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사업비 부담이 큰 철도분야까지 시범사업을 실시하며 자국 기업이 충분히 PMC 수행 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업계를 위해 조속히 시범사업을 추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엔협을 비롯한 엔지니어링업계는 PMC 역량강화를 위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제안 및 건의사항 등을 마련해 오는 10월 ‘2015 엔지니어링 주간행사’ 기간에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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