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건설기업이 해외 발주처를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링 등 ‘카운터 펀치’ 역할을 할 핵심 기술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엔지니어링 등 핵심 경쟁력이 부족한 국내 건설기업이 해외 발주처와 거래시 리스크 프리미엄 등을 제대로 계약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내전이나 테러, 원자재 급등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리 건설기업이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는 해외 건설수주 700억 달러 달성이 유력시되고 있다.


그러나 엔지니어링 등 핵심 기술 수준은 글로벌 건설회사에 비해 한참 뒤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50대 건설 엔지니어링 회상 중 한국 회사는 1개뿐이다.
또 국내 건설기업의 세계 건설시장 점유율은 8.1%에 달하지만 엔지니어링 분야 점유율은 1.4%에 그쳤다.

플랜트 등 몇몇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도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정작 고부가가치 분야인 설계 등은 외국기업이 가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시공 중심의 사업 수행을 하다 보니 수주 과정에서 발주처 협상력이 떨어져 리스크 비용 등을 사업비에 적절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해외에서 대거 손실을 낸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가격 중심의 경쟁을 펼치다 수천억 원대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기업이 핵심 기술력 중심의 수주를 벌이지 못하다 보니 발주처의 저가 수주 유도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또 저가 수주 전략을 펼치는 중국업체들과 경쟁을 펼치다 보니 덤핑 수주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주처를 대상으로 현지의 정치, 경제, 종교 등 다양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계약 금액에 반영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다.

 

시공 중심의 우리 기업이 발주처와 거래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지역 리스크에 대한 대응은 해당 진출 기업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지니어링 등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발주처를 대상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을 제대로 계약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이복남 박사는 “컨트리 리스크는 예측이 가능한 것도 있고 예측이 불가능한 것도 있어 현실적으로 우리 기업이 지역을 골라서 진출할 수는 없다”며 “우리 기업이 발주처와 거래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 하나는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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