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입찰 담합이 최근 들어 2건이나 적발됐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담합 징계 업체의 입찰제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업계는 더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지난달 25일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29개 주배관공사의 입찰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10개 건설사 대표와 임원 등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10개 건설사에는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한화건설, 두산중공업 등 대형 업체도 포함돼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가스공사가 지난 2009년 5월부터 2012년 9월까지 발주한 주배관공사 29개 공구의 수주액이 2조1000억 원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뒤 공사구간을 분할 입찰하거나 들러리를 선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 업체가 담합을 통해 통상적으로 70%인 낙찰률을 83%까지 높여 정상적인 입·낙찰가 대비 2921억 원의 국고손실을 발생시켰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 중인 10개 업체 외에 함께 적발된 12개 업체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23일 한국토지공사가 지난 2009년 5월 발주한 김포한강신도시 클틀린센터와 남양주별내 클린센터 시설공사에서 낙찰자와 들러리를 합의한 6개 건설사에 105억9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GS건설, 동부건설,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은 김포 클린센터를 대우건설, 코오롱글로벌, 한라산업개발은 별내 클린센터 공사를 각각 낙찰받기로 합의하고 실행했다.

 
이 같은 잇따른 담합 소식에 업계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과징금 폭탄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공정위로부터 입찰 담합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100대 건설사 중 46개사에 이르며 과징금 누적액은 4500억 원에 달한다.
현대건설이 620억 원, 대림산업이 527억 원, 대우건설이 423억 원, GS건설이 414억 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담합 처분에 따른 해당 발주처의 민·형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감안하면 건설사의 손실은 더 늘어난다.
경영실적이 좋지 못한 대형 건설사뿐 아니라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견 건설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또 이번 담합으로 자칫 입찰 관련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가 물 건너가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동안 업계는 담합에 대한 제재는 과징금 처분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하기 때문에 입찰참가 자격 제한은 이중처벌이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또 대표적인 입찰방식인 턴키제도와 최저가낙찰제 등은 담합을 유인하는 요소가 많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요구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공감대를 얻었다.


그러나 잇따른 담합 소식에 업계는 좌불안석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업계가 안전사고 예방과 준법경영 실천 등을 통해 건설업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 과정에서 또 다시 과거의 입찰 담합이 불거져 안타깝다”며 “이번 일로 규제 완화와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희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이번 기회에 담합을 유인하는 입찰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영덕 연구위원은 “담합에 대한 제재는 반드시 필요하고 건설사들의 윤리의식도 강화돼야 하는 것은 맞다”며 “다만 가격만을 평가요소로 삼는 최저가낙찰제와 시장가격과 동떨어진 실적공사비로 산정된 예정가격제도는 담합을 유인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담합 근절을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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