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26명의 부상자를 낸 야탑역 에스컬레이터 역행 사고의 원인 규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총체적 관리부실로 인한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에스컬레이터 역행 사고의 원인은 크게 기어 마모와 시스템 오작동으로 압축된다.

기어톱니는 에스컬레이터 체인을 움직이는 핵심 부품이다.

오일누수나 조립 잘못 등으로 기어톱니에 마모가 일어날 경우 야탑역에서처럼 엘리베이터가 거꾸로 미끄러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에스컬레이터 기어가 마모되거나 조립이 잘못될 확률은 극히 낮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어박스는 엘리베이터 수명이 다할 때까지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지니고 있다”며 “심각한 관리부실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모 등이 일어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스템 오작동 가능성이다.
사고가 난 야탑역 에스컬레이터는 후지테크코리아 제품으로 지난 2005년 납품 설치됐다.

이곳에 인버터가 추가로 설치된 것은 지난 2009년.
인버터는 에스컬레이터 승차감 향상을 위해 전압과 전류를 제어함으로써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다.
기존에는 저항방식을 썼는데 에스컬레이터가 덜컹거리는 등 승차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당시 발주처인 코레일은 인버터를 추가 설치하면서 입찰을 통해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제조사의 정품 제어반을 쓰지 않았고, 전반적인 시스템 점검도 이뤄지지 않은 정황이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정품 제어반을 쓰지 않은 것은 유지보수 공사에 대한 저가 입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저가 수주를 하다 보니 시공업체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중국제 저가 부품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부품 교체 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스템 점검 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에스컬레이터 안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부 유지보수업체의 경우 전문성이 부족한 점도 문제다.

실제로 지난 24일 서울 지하철 3호선과 7호선 9호선이 만나는 고속터미널역 내부 연결통로 에스컬레이터가 운행 도중 갑자기 멈췄다.

탑승 중이던 30여명의 시민들은 놀라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당시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직원들이 옆 에스컬레이터를 정지시키고 안전검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들은 바로 옆 라인의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아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는 수많은 부품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전문성이 담보된 유지보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총체적인 관리부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2의 야탑역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야탑역 사고 에스컬레이터의 기어박스를 수거해 원인 분석에 들어갔으며, 사고원인에 대한 결과가 나와야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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