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시공하던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건설업계가 충격에 빠져 있다. 대형업체에서 시공하던 아파트가 잇따라 붕괴되면서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건설정책 전반에 대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본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건설현장과 건설 책의 전환을 위한 대안을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진단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 ‘무량판 구조’ 위험한 공법인가

② 경찰 수사 초점, 어디에 맞춰지나 

③ 시공위주의 현행 제도, 대안은 없나<끝>

 

[국토경제신문 조태민 기자]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다시 라멘구조 건축이 시도되고 있다. 건축비가 더 들기는 하지만 층간소음 방지에 유리하고 장차 리모델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서울 강남에 국한된 현상이다. 

어차피 서울 강남은 분양가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라멘구조를 적용하더라도 분양가 책정에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그 외 수도권 지역 아파트 값은 강남을 중심으로 등고선을 그린다. 서울의 변두리 지역이나 경기도 소재 신도시의 경우 강남에 비해 분양가가 저렴하다. 이런 변두리 지역에 라멘구조를 적용하고 주변 시세보다 더 비싼 분양가를 책정한다면 완판될 수 있을까. 주택 소비자의 인식은 라멘구조 무량판구조에 따라 가격을 달리 지불하는 데 익숙지 않다. 이 때문에 주택업계가 상대적으로 비싼 라멘구조를 적용하고 미분양 위험을 무릅쓰지는 않는다. 따라서 저렴한 무량판 구조, 또는 벽식구조는 당분간 아파트 건축의 대세로 굳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부실시공 방지를 위한 해답은 건축 제도와 관행에서 찾아야 한다.

우선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시공자 중심 산업으로 굳어져 있다. 외국은 CM(또는 PM) 중심이다. 우리나라도 부실시공을 방지하고 나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려면 CM(Construction Management) 중심으로 건축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여기에는 이견이 없다. 국토교통부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순응하고, 나아가 해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CM중심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이미 20년 전부터 추진해왔었다. 그러나 아직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업계에서도 세미나와 포럼 등을 통해 이런 상태를 벗어나야만 선진화될 수 있다고 외치고 있다. 20년째 외치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건설현장의 헤게모니는 ‘돈이 많은’ 시공사가 장악하고 있다. 1군 시공업체들이 토목과 건축 등 모든 공공과 민간 건설공사를 주도하고, 설계 감리 등 CM은 시공사에 예속되는 구조가 관행화돼 있다. 반대로 외국의 경우는 CM회사가 디자인과 설계를 담당하고 시공자를 선정하며 설계대로 시공하는지 감리에게 살피게 한다. 우리도 이런 체계로 현장이 운영된다면 GS건설의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나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감리자가 시공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면, 시공사는 감리업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감리자 A씨 때문에 일을 못 해 먹겠다. 우리와의 관계를 더 유지하고 싶으면 A씨 교체해 달라”고 요구하는 게 현장 실정이다. 감리업체는 다음번 수주를 놓치는 현실적 상황에 직면하므로 감리자에게 “뻣뻣하게 굴지 말고 시공사와 잘 타협해서 다음번 감리 수주도 우리가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려지는 현실이다. 

돈의 권력 앞에 CM이 굴욕당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최대 프로젝트 관리(PM) 기업인 벡텔(Bechtel)과 같은 대형 PM업체가 탄생하면 좋겠지만, 기술력과 재력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현실이 부실 시공을 막지 못하는 문제의 핵심이다. 한미글로벌 희림과 같은 CM업체가 있기는 하지만 외국 PM기업에 비해 기술력도 재력도 떨어진다. 특히 재력은 국내 시공업체보다 떨어지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M이 건축을 주도해 나가기는 당분간 어려운 현실이다. 롯데월드타워와 같은 고층 건물은 미국의 콘 페더슨 폭스(Kohn Pedersen Fox Associates, KPF)가 설계를 맡았고, 인천대교, 영종대교 역시 외국 업체가 설계를 맡았다. 

최근 E&E 포럼 등에서 시공위주의 건축관행을 벗어나 CM위주의 건축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인디언 기우제처럼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자’는 의지로 세미나 등을 통해 바꿔 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부르즈 할리파나 롯데타워 같은 건축물의 설계 능력을 가지려면 국가 전략사업으로 PM업체를 키워내지 않는 한 불가능한 현실이다. 

초고층 건축물 설계와 디자인은 최첨단 기술력을 요구하는 고부가 산업이다. 이번 일련의 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 건설산업을 설계와 디자인 위주의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우는 논의의 시발점이 되기를 업계는 바라고 있다. 건설산업이 콘크리트만 비비는 ‘막노동 산업’에서 세계의 초일류 설계 디자인 업체와 경쟁하는 산업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외국 설계 디자인 기업에 비해 재력과 기술력 차이가 워낙 크기에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워내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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