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조태민 기자] 서울시가 관내 모든 정비사업 구역의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계획 인가 후’에서 ‘조합설립인가 후’로 앞당기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설계 및 인허가 변경을 줄이고 사업추진 속도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계약의 구속력을 가진 상세내역 부재에 따른 설계 구체화 단계에서 공사비 상승 가능성 등이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3일 ‘서울시 정비사업 시공자 조기 선정의 기대와 우려’ 보고서를 통해 이번 서울시 제도개편안의 긍정적 기능과 부작용을 확인하고 추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기는 ‘도시정비법’ 제정 이후 7차례 변화가 있었다.

선정 시기별로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외 사업장처럼 ‘조합설립인가 후’로 사업 시기를 선정하면 △불필요한 설계 및 인·허가 변경 최소화 △사업추진 속도 향상 및 비용 절감 △큰 틀에서 사업 시행계획 확정 조기화로 공사비 분쟁 저감 등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시공사 제안 조건 유불리 비교·판단의 어려움 △설계 구체화 단계에서 공사비의 상승 가능성 증가 △계약의 구속력을 가진 상세내역 부재에 따른 공사비 증액 적정성 검토의 어려움 등의 단점도 존재한다. 

‘사업시행계획 인가 후’로 사업 시기를 선정하면 △시공사 제안 조건 유불리 비교·판단 용이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상승 억제 가능 △계약의 구속력을 가진 상세내역 존재에 따른 공사비 증액 적정성 검토 가능 등의 장점이 있다.

단점으로는 △불필요한 설계 및 인·허가 변경 초래로 사업 지연·비용 증가 야기 △사업 지연 초래 △공사비 증액 관련 협상 시기가 늦어져 착공 후 또는 입주가 가까운 시점까지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 등이 있다.  

서울시는 이번 개편안을 통해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김과 동시에 내역입찰 수준으로 시공사를 선정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산연은 이러한 방식은 일괄입찰 방식을 포함한 공공공사의 기술형 입찰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술형 입찰은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해 주고 있고 입찰 때 기술제안에 따른 설계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비사업보다는 리스크가 완화돼 있다.

그럼에도 최근 급격한 자재 가격 변동 등에 따라 대규모 유찰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정비사업에서도 대규모 유찰이 발생하거나 경쟁 회피로 인한 단독입찰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산연은 이 같은 배경에서 시공사 조기선정에 따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정비계획부터 공사 발주방식과 계약 내용 전반을 아우르는 입체적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정비계획을 상세하게 수립해 인허가 과정에서 공사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발생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적절한 수준의 설계보상금을 지급하고 입찰 후 물가 변동에 따라 계약금액이 조정될 수 있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 밖에 건산연은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 방식을 정비사업에 맞게 일부 수정해 도입하는 것을 제안했다.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란 시공사가 시공 전 단계에서 참여해 설계검토, 공사비 추정, 공법검토, 가치공학 등을 제공하고 시공까지 책임지는 형태다.

건산연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현재의 설계-시공 분리발주 방식은 정비사업의 특성에 잘 맞지 않는 면이 있다”며 “과도한 공사비 증액 위험을 낮추고 사업추진 속도를 향상하는 등 성공적인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새로운 발주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국토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