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조관규 기자] 국토교통부 산하 협단체를 비롯, 재정경제부 산하 기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 고위직에는 해당 부처 출신 퇴직 관료들이 자리를 독식하고 있다. 

퇴직 관료들이 관행처럼 고위직 자리를 독차지 하는 것은 ‘갑을 관계’ 때문이다.  

국토부 산하기관의 경우 국토부 고유 사무를 위탁받아 처리해 줌으로써 직·간접적 수익을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건설협회의 경우 시공실적 평가를, 건설기술인협회의 경우 건설인의 경력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순기능은 해당 업무의 창구를 협·단체로 일원화함으로써 국토부의 잡무와 인력을 줄일 수 있다. 협·단체는 이미 국토부 건설정책국의 일개 부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협·단체는 관련 건설기업이나 관련 건설기술인을 회원으로 확보해 회비를 받음으로써 수익을 얻는 공생구조다.

국토부 산하 공제조합도 마찬가지 성격이다. 위수탁 업무는 없지만 인가권자가 국토부다. 최악의 경우 인가권을 취소할 수도 있고, 같은 성격의 공제조합을 추가로 인가해 줄 수도 있다. 사업 범위 확장 등을 위한 정관변경 승인권도 국토부가 쥐고 있다. 완벽한 갑을 관계인 것이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협·단체 상근부회장 또는 이사장 자리는 퇴직 공무원 차지가 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방통행식 리더십으로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실무진과 마찰을 빚고 있는 김형렬<사진> 이사장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토부 재직시절 대변인을 두 번이나 역임했던 특이 경력의 소유자가 어떤 유형의 기사에 인물사진이 붙고 안 붙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이사장 자신의 인물사진을 마구잡이로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역기능이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1964년생 김형렬 이사장은 중앙고와 연세대를 거쳐 기술고시 21회로 1986년 공직에 입문했다. 국토부 재직 당시 ‘꾀돌이’로 불렸으며, 이명박 정부 이후 ‘영포라인’으로 분류됐다.  국토부 대변인으로 임명되면 1년 정도의 임기를 채워야 하는 게 관행인데도, 정종환 장관 시절인 2010년 9월~2011년 2월까지 당시 김 대변인은 6개월만에 뛰쳐 나갔다. 대변인은 국토부의 ‘입’으로 중요한 자리지만 한편으로는 힘든 자리다. 승진과 인사 형평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자리이지만 김 대변인은 다른 동료에게 대변인 자리를 뒤집어씌우고 6개월만에 나갔던 인물이다. 그런 그를 동료들은 ‘꾀돌이’라 불렀다. 

영포라인으로 분류됐던 그가 문재인 정부시설인 2018년 5월 한국주택협회 상근부회장으로 부활해 꾀돌이답다는 평가와 함께 또 한번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정부시절 당시 퇴직 공무원 몫으로 인식되던 자리에도 정치권 인사가 내려오던 소위 ‘빨대 꽂이’가 성행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국토부 퇴직자 몫이었던 건설기술인협회 부회장 자리에 김현미 전 장관의 보좌관 출신이 내려왔고, 전문건설협회 부회장의 경우 임기가 남은 국토부 출신을 끌어내리고 국회사무처 출신을 앉힌 시절이었다.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한국주택협회 부회장 자리를 끝까지 지키다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다시 기계설비조합 이사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이번에는 국토부 관료로 온 게 아니라, 정치권 입김을 타고 내려왔다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잦은 정권교체와 정치권 입김으로 어쩌다 국토부 산하 협·단체 부회장 이사장 자리가 국토부와 청와대의 힘겨루기로 번진 상황이 됐지만, 이 줄 저 끈 잡아가며 끝까지 버티는 꾀돌이들만 살아남는 시절이 됐다. 

이런 상황을 두고 국토부 현직 관료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국토부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 여당 성향도 있고 야당 성향도 있다. 또한 여야를 떠나 각각 인품이 훌륭하고 재능이 특출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도 많다. 원희룡 장관, 이상래 행복도시건설청장은 나경원 조국 등으로 유명한 서울대 법대 82학번이다. 서울 법대 82학번 동기생인 김재정 전 기획조정실장(60·행시 32회), ‘뻔한 특별감사’에 한국도로공사 사장 자리를 초개와 같이 버린 김진숙(여 63·기술고시 23회) 전 도공 사장, 김이탁(54·행시 36회) 전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 등은 동료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정권에서는 벼슬을 내려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 정권에서도 벼슬을, 현 정권에서도 벼슬을 이어가는 사람을 두고 대부분은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 ‘쉼’을 향유했으면 퇴직하는 후배를 위해 자리를 넘겨주는 게 선배의 도리 아니겠냐”며 “특히 정치권력을 끌어들여 국토부 몫의 자리를 정치권 몫으로 넘기는 것은 국토부와 그 후배들에 대한 배신행위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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