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기계업계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의 건설투자 감소가 국내 건설기계업계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1일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에 따르면 건설기계업계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내수 1조1100억원, 수출 3조5800억원 등 총 4조6900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내수는 7% 증가했으나 수출이 15.3% 감소하면서 총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내수는 증가했다고 해도 이는 이달부터 시행되는 배출가스 규제 Tier 4 시행에 앞서 구형 엔진을 장착한 장비는 6월 말까지만 출고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교체수요와 가수요가 몰린 데 따른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다.

 
수출은 경기회복에 따른 민간주택건설이 증가세를 보인 북미지역에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그러나 유럽과 중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59.5%가 감소하며 총 수출액은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중국에서는 부동산 침체에 따른 건설경기 위축과 더불어 중국 건설기계업체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업계 빅2인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중공업의 올 상반기 실적에서도 매출 부진은 그대로 나타났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부문의 상반기 매출은 2조80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2조9600억원보다 5.4%가 감소한 수치다.

현대중공업 건설장비사업부는 감소폭이 더 커 전년 동기 1조6600억원보다 무려 18.3%가 감소한 1조3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 전체가 어렵다보니 각 업체들은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조직슬림화를 통한 경영 효율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영업본부와 오퍼레이션본부로 나뉘어져 있던 건설기계부문을 통합, Heavy BG(Business Group)를 신설하고 손동연 사장이 직접 BG장을 맡았다.


두산인프라코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건설기계부문에서 나오는 만큼 손 사장이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다.
건설기계부문의 두 본부가 통합됨에 따라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빨라져 업무 효율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기존 경영관리본부와 오퍼레이션본부도 폐지함으로써 중복에 따른 업무 비효율을 줄이기로 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유휴인력이 발생함에 따라 지난 2월에 이어 지난달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권오갑 사장 취임 이후부터 실시된 조직개편을 통해 7개 본부 내 부서 등을 통폐합하며 조직슬림화를 추진해왔다.
올해 초에는 지난 2012년에 이어 사무직과 장기근속 여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7월에는 보통 11월에 이뤄지던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인적쇄신을 도모했다.


지난 8월에는 미국 커민스와 공동 설립한 건설기계엔진업체인 현대커민스엔진을 청산했다.
현대중공업의 매출 감소로 생산량이 줄자 덩달아 현대중공업에 굴삭기 등 건설기계 엔진을 납품해오던 현대커민스엔진도 적자 행진을 계속해 지난 2012년 설립 이후 누적 적자가 1000억원을 넘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더 이상 지원하지 않고 공장 가동 1년 만에 현대커민스엔진을 과감히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건설기계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 침체와 글로벌 시장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로 업계가 생산량을 줄이거나 조업 단축을 고려 중”이라며 “가격경쟁력을 키우는 문제는 차치하더라고 국내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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