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분야 이익단체가 공제조합을 설립하면, 그 분야 사업자는 반드시 신설된 공제조합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돼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이미 공제조합에 가입돼 있는 사업자도 새로운 공제조합이 설립되면 의지와 상관없이 반드시 그곳으로 옮겨가야 하는 강제성을 띠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입법화될 경우 개별 기업의 의사결정권 침해는 물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마저 침해할 소지를 안고 있어 관련업계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건설산업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서울강서갑)의 대표발의로 상정돼 있다고 밝혔다.


문제의 건산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의 공제조합으로부터 분리해 공제조합을 설립하는 경우 분리공제조합 설립에 소요되는 창업비용을 기존 공제조합에서 차입해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 경우 “차입신청을 받은 기존의 공제조합은 정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융자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규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민주당에서 분리해 새로운 강령의 ‘미니 민주당’을 창당할 경우, 민주당은 새로운 정당의 원활한 창당을 위해 창당비용을 빌려줄 수 있으며, 당헌당규에도 불구하고 창당비용을 융자할 수 있다”는 법안에 비유하면서 “말이 안 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정안은 나아가 “분리공제조합이 설립될 경우 기존 공제조합에 납입돼 있는 출자금은 신설공제조합의 출자금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기존 공제조합은 출자금 이체와 동시에 감자정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업종별 공종별로 공제조합을 설립하기만 하면, 개별기업의 의사와 상관없이 신설공제조합의 구성원이 되도록 강제하고 있어 의사결정권 박탈과 함께 재산권 침해의 소지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기존에 발생한 보증비용 등에 대한 지분 계산은 “이체방법 등에 대한 필요한 사항은 국토부 장관이 정한다”고 규정, 복잡한 문제는 일단 국토부에 떠넘기고 있다.  
개정안은 나아가 “기존 공제조합의 조합원 가운데 신설될 공제조합의 조합원이 될 자격이 있는 자는, 신설 공제조합의 업무개시일부터 신설공제조합의 조합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어 신설조합으로 가입을 강제하고 있다.


공제조합의 신설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이 같은 법안이 발의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가 입법 로비를 한 게 아니냐의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시설물유지관리협회는 기존 전문조합에 가입돼 있는 조합원을 빼내 새로운 공제조합인 (가칭)시설물유지관리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는 회원사들이 기존 출자금으로 보증을 사용하고 있는 등의 복잡한 지분 문제가 얽혀 있어 조합 신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다 조합원이 될 회원사들은 이미 전문조합에 가입돼 있어 새 공제조합에 가입하려면 출자금을 새로 부담해야 하는 등의 금전적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신설조합을 반대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문제들만 해결되면 업종별로 특화된 공제조합으로 옮겨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 신기남 의원이 이런 내용의 법안을 발의,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입법의 필요성과 취지를 설명하는 입법로비는 이익단체로서 충분히 가능한 활동영역”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다만 업계의 전후사정을 다 알 수 없는 입법부에 일방적이고 무리한 개정안을 요구하는 것은 업계 스스로 자제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어 “공제조합이 분야별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면 자금력과 보증력 분산으로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될 것”이라며 “이 같은 무분별한 입법행위는 ‘입법권 남용’을 넘어 ‘입법침략’ 행위”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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