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전 세계적으로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원전해체 시장 선점을 위해 잰걸음을 시작했다.


내년 6월 18일 고리 1호기의 가동시한이 만료됨에 따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전해체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원전해체는 기계, 화학, 원격제어 등 총 38개의 기술이 투입되는 고난이도의 작업이다.
방사능 물질에 오염된 부위를 벗겨내는 ‘제염’ 기술을 거쳐 절단한 폐기물을 용광로에 녹여서 마지막 남은 방사능 물질까지 제거해야 하고 원전으로 오염된 토양을 깨끗이 복원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이로 인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원전해체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과 독일, 일본 정도로 많지 않다.
해체 경험도 미국 15기, 독일 3기, 일본 1기뿐이다.


원전해체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주요 국가들이 원전가동을 중단하면서 해체 관련 기술 확보가 원전 선진국들의 전략적인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원전해체 시장이 오는 2050년까지 10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해체에 필요한 핵심기술 중 17개 기술만을 확보하고 있다.
고리 1호기의 경우 내년 6월 정지되더라도 사용후핵연료를 냉각시키고 원자로를 안정화하는 데 5년 정도 걸려 본격적인 해체 작업은 2022년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 때까지 나머지 핵심 기술들을 확보해 고리 1호기를 순수 우리 기술로 해체하는 데 성공한다면 전 세계 원전해체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고리 1호기의 운영주체인 한수원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고리 1호기 해체를 통해 ‘건설-운영-해체’를 아우르는 원자력 산업 전 주기를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한수원은 지난해 11월 ‘제1회 원전해체 워크숍’을 개최해 관·산·학·연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 대응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21년까지 1500억원을 투자해 아직 확보하지 못한 17개 원전해체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00억원을 들여 원전해체 기술의 상용화에 나선다.
2019년에는 원전해체를 전담할 연구센터를 설립할 방침이다.


한수원 조석 사장은 “원전 가동 30년 만에 세계 최고의 역량을 갖춘 것처럼 해체 분야에서도 단기간에 세계적인 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원자력으로 혜택을 본 우리가 후세대에 부담을 남기지 않겠다는 정신으로 원전해체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국내외 네트워크 강화와 전문 인력 확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해체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해체 시장에도 참여할 방침”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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