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지난달 28일 실시한 '하도급대금 지급확인 제도'에도 불구, 현금 대신 어음을 지급하려던 원도급업자가 적발돼 하도급대금 지급이 여전히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경부고속철도 노반신설 기타공사에 참여한 하도급업체 H사는 원도급업체인 L토건으로부터 공사선급금 3억8000여 만원을 어음으로 받을 것을 강요받았다.
L토건은 도급순위 50위권 내에 드는 중견 종합건설업체다.


국토부는 영세 하도급업체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지난달 28일 ‘하도급대금 지급확인제도’시행을 발표하면서 공공공사의 경우 원도급업체는 하도급대금을 현금으로 적기에 지급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 처분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L토건은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이달 초 공사선급금을 현금으로 받은 후 H사에게는 만기가 각각 4월 30일(1억원), 5월 31일(1억원), 7월 31일(1억8000만원)인 어음으로 결제하겠다고 통보했다.
L토건은 이어 이달 6일에는 H사의 통장에 어음할인료로 1000만원을 일방적으로 입금, 어음결제를 기정사실화하려했다.
어음할인료는 어음으로 결제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금액으로 하도급 법률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공공공사의 경우 하도급대금은 반드시 15일 이내에 현금으로 결제토록 돼 있어 L토건의 이 같은 행위는 명백히 불법이라고 전건협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L토건은 전건협의 요구로 조사에 나선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시정지시에 따라 지난 16일 H사에게 현금으로 결제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전건협은 이 회사가 다른 하도급업체에도 어음결제를 강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토부에 L토건이 시공하는 모든 건설공사현장에 대해 불법 하도급대금 지급 행위가 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줄 것을 촉구했다.
또 L토건과 같이 원도급업체로부터 피해를 본 하도급업체들은 즉시 협회나 국토부 혹은 발주기관에 신고, 불법 어음결제 행위를 막는 데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전건협의 한 관계자는 "매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하도급 관련 불공정 거래에 대한 접수를 받지만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협회나 공정위에 신고하는 업체는 더 이상 건설업을 하지 않을 각오로 신고하는 경우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에서는 18일부터 25일까지 공공공사의 공사현장에 대한 '불법 하도급대금 지급행위 실태점검'을 실시하기로 해 앞으로 얼마나 실효성있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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