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의 대부분은 추락사다. 또한 추락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대부분이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소규모 민간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추락사를 줄일 방안은 없는가. 본지는 건설 현장의 실정과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4회에 걸쳐 시리즈로 보도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 건설현장, 산재예방 ‘모범 현장’은 어떻게 하나 

② 소규모 현장 추락사, 통계도 없고 관심도 없다

③ 소규모 현장 ‘근로자 삼진아웃제’ 여건 마련돼야

④ 소규모 현장 추락사 방지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

 

[국토경제신문 조관규 기자] “건설현장의 사망사고는 대부분 ‘아차 하는 순간’에 발생합니다.”

건설현장에서 오래도록 몸담은 현대건설 한 관계자는 추락, 끼임, 낙하물로 인한 사망사고의 대부분은 ‘아차 하는 순간’에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10대 건설사의 현장 안전조치는 시스템적으로는 완벽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삼진아웃이 아닌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운영하고 있다.

삼진아웃이란 주로 공공공사 현장에서 시행되는 것으로, 작업자가 안전수칙을 세 번 이상 어기면 그곳 건설현장에서 퇴출하는 조치다.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시행자 시공자 등 관리자뿐만 아니라 작업자에게도 안전주의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국가철도공단이 철도건설현장에서 20여 년 전 처음으로 자체 도입해 아직 시행하고 있다. 철도공단 안전본부 최원일 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 의무와는 별개로 근로자의 안전의식 고취를 위해 전국 각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퇴출시키고 나면 현장 근로자 부족으로 현장이 돌아가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여유가 있다”며 “대부분 1군 건설업체들이 투입돼 있기 때문에 근로자 부족으로 인한 압박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철도공단이 삼진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건설현장의 사망사고 발생은 아차 하는 순간을 놓치는 ‘근로자의 마음가짐’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일찍이 인식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1군 업체의 민간 건설공사 현장에서도 작업자 안전주의 의무를 강조하는 삼진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의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적용하고 있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란 작업자가 가령 안전모를 안 썼다가 적발될 경우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에는 영원히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밖에 술을 마셨거나 기타 안전에 문제를 일으키면 1차 경고 또는 경우에 따라 안전교육을 이수한 뒤 작업현장에 투입될 수 있게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여기에다 추락사고 방지를 위해 지상에서 1.5m 이상만 올라가도 안전벨트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안전 매뉴얼은 삼성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등 1군 건설업체에서는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1군 업체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적 안전조치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안전 매뉴얼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곤돌라 호이스트 등 고소작업에 대해서는 추락방지용 안전벨트 착용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조끼형이 아닌 허벅지까지 감싸는 기저귀형이다. 또한 위험작업 구간에는 안전감시원을 별도로 배치하고 CCTV 감시와 함께 현장 패트롤(순찰)도 병행하고 있다. 1군 업체들은 운용방식만 다를 뿐, 사고방지를 위한 각자의 매뉴얼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특히 크레인 등 새로운 건설장비를 현장에 들여오면 와이어 상태를 비롯, 자체 성능검사를 실시한다. 협력업체에서 “못해먹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의 완벽한 사전 점검이다. 그럼에도 아차 하는 순간, 추락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건설현장의 현실이다. 

문제는 소규모 건설현장이다. 소규모 건설현장은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 간주한다. 법 위반을 피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갖춘 채 위험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은 100대 건설기업의 분기별 사망사고 현황을 공표할 뿐, 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해서는 거의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는 지난 7월 소규모 건설현장이 아닌 100대 건설사의 2분기 사망사고 현황을 집계해 공표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표에 대해 ‘망신을 주자는 것 외에 사망사고 방지에 도움도 없고, 통계상의 의미도 없다’고 말한다. 가령 20개 현장을 가동하는 A업체에서 2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1개 현장을 가동하는 B업체에서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면 비율상 요주의 업체는 오히려 B업체다. 그러나 통계의 착시로 인해 A업체에 대해서만 비난이 쏟아지는 현실이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100대 건설기업의 사망사고 현황보다 소규모 건설현장에서의 사망사고 방지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실제로 소규모 건설현장의 추락사고 등은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어이없는 사고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근로자 안전의식을 고취하고, 안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부와 국토부가 정책적 관심과 지원을 조금만 더 기울이면 어이없는 사망사고는 줄일 수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건설업 근로자 237만8751명 가운데 사망자 수는 551명인데, 소규모 건설현장인 3억 원 미만 공사현장에서는 201명, 3억~20억 원 미만 공사현장에서는 113명이 사망했다. 이어 20억~50억 원 미만 공사현장에서 51명이 사망했고, 50억 이상~1000억 원 이상 공사현장에서는 17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억 원 미만의 소규모 현장이 전체 사망사고의 57%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건설업 제조업을 망라한 총 사망자는 874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추락으로 인한 사망자는 322명으로 전체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아무도 정책적 관심을 갖지 않는 소규모 건설현장의 추락사 방지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1군기업의 ‘네임밸류’에 흠집을 내자는 반기업적 정책보다, 근로자의 생명을 실질적으로 구해낼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소규모 현장에서도 근로자 안전의식을 고취, 삼진아웃제를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부처는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소규모 건설현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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