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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수 LE칼럼/ 대한민국은 위장(僞裝)공화국인가
2021-01-08 15:01:34

수도권에서 자녀 2명과 같이 거주하는 40대 A씨는 아파트 입주자 모집 공고일 한 달 전 자녀가 3명 있는 30대 B씨와 혼인한다. 부양가족 6명을 거느린 A씨는 수도권 분양주택에 가점제로 청약을 신청, 당첨됐다. 현장조사 결과 B씨와 B씨의 자녀 3명이 모두 입주자 모집 공고일 직전 A씨의 주소지에 전입했다. 그리고 당첨 직후 원 주소지로 전출하고 곧바로 이혼한 사실이 확인됐다.


위장전입에 위장결혼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상반기 분양 주택단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부정청약 현장점검 결과 나타난 197건의 부정청약 사례 중 하나이다. 유형별로는 위장전입이 134건으로 가장 많았다. 위장전입, 위장결혼, 위장이혼, 청약통장 매매, 청약자격 양도 등의 사례도 빠지지 않았다.


위장이란 사람이나 무기, 장비, 시설 등의 구별이나 움직임을 상대방으로부터 은폐하기 위한 수단을 가리킨다. 이 위장이라는 수단은 전쟁의 승리나 경제적 이득, 혁명, 노동운동, 좋은 학군 보내기, 스포츠 경기 승리, 정치입문, 범죄자 검거 등 특별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된다. 위장전술이다. 


전쟁터에서는 개인이나 화기, 시설 등을 자연환경에 맞춰 나뭇잎 등을 꽂거나 위장망을 씌워 보호한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널리 사용됐다. 최근 들어 레이더가 발달됐다고는 하나 야전에서는 여전히 필수적인 수단이다. 2011년 과테말라에서는 대통령 부부가 위장이혼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사건도 있었다. 영부인이 대통령 승계를 위해 위장이혼을 감행한 것이다. 대통령 직계가족의 대선 출마를 금지한 헌법 규정을 피하기 위한 꼼수였다. 헌법재판소가 인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야구경기에서도 위장오더가 나오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0년 6월 이후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는 단골 메뉴가 됐다. 이유도 다양했다. 부동산 취득을 위해, 자녀의 강남권 학교 배정을 받기 위해…. 모두 재테크나 사회·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위장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산업스파이나 마약사범 등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관·정보기관원이 하는 위장취업과는 결이 다르다. 비싼 투석비를 감당하지 못해 서류상으로 이혼해 기초생활수급자로 변신하는 ‘생계형 위장이혼’은 동정이라도 받는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위장전입으로 처벌된 공직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위장전입이 엄연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윤리·도덕의 문제 정도로 생각하는 듯 했다. “국민께 죄송하다”, “송구스럽다” 등의 말로 ‘면죄부’를 얻었다. 국민에게 이 정도는 처벌받지 않으니 해도 괜찮다는 시그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저급한 인식들이 위장전입이 용인되고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토대가 되고 있다.


위장전입은 근절돼야 한다.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윤리나 도덕의 관점에서 벗어나 법의 테두리에서 다뤄져야 한다. 목적이 부동산 취득을 위한 것이라면 다른 사람의 부동산 취득 기회를 빼앗아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이 된다. 자녀를 강남의 고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다른 사람의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는 행위가 된다. 선거가 있을 때의 위장전입은 선거결과의 공정성을 훼손시킨다. 주민등록법을 적용한다면 3년 이하의 징역을 살거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형량을 놓고 보면 폭행죄나 과실치사 등에 비해 가볍지 않다.


물론 처벌만이 답은 아니다. 처벌에 앞서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위장전입이든 위장이혼이든 행위자체가 위법이라는 기본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교육, 부모봉양 등의 이유를 대며 한국적 인정주의에 호소해 어벌쩡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곧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열린다. 흥미로울 것이다. 이들이 고위공직자 후보자라서가 아니라 한 사람은 대한민국 법무부 수장, 또 한 사람은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기관의 우두머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한 ‘위장전입 의혹’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위장공화국에서 한 발짝이라도 벗어났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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