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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수 LE칼럼/ 광화문광장, 정도전에 묻는다
2020-11-20 14:57:59

기어이 삽질을 시작했다. 서울시가 지난 16일부터 광화문광장 개선공사에 착수했다.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과의 소통이 부족하고 코로나가 유행하는 지금이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시장이 없는 대행체제에서 800억 원에 가까운 시민혈세를 쏟아 부을 만큼 사안이 시급하지도, 위중하지도 않다. 공사기간 내내 초래될 교통 불편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광장이란 무엇인가. 광장은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는 수없이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역사의 빈 페이지를 채웠다. 서양의 경우 광장은 도시공간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광장에서는 정치, 종교, 비즈니스, 사교 등의 행위가 이뤄졌다. 대관식, 학술토론, 무도회, 종교재판, 공개처형….

 

광화문광장의 원조는 태조 이성계의 참모 정도전이다. 정도전이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세우고 수도 한양을 설계하면서 만들었다. 정궁인 경복궁 앞에 관아를 배치하고 넓은 길을 냈다. 육조거리다. 이것이 광화문광장의 출발점이다. 조선시대에는 이 거리를 육조거리, 궁궐 앞길, 관아거리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렀다.

 

광화문광장은 조선왕조 600년 영욕의 역사를 지켜봤다. 육조거리를 설계한 정도전이 태종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할 때도, 경복궁과 광화문이 불타던 임진왜란 때도 광장은 지켜보기만 했다. 일제 강점기 때는 돌덩이로 된 총독부 건물에 막혀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궁 안에서 국모가 치욕스럽게 목숨을 잃고 있을 때도 그랬다.

 

21세기 들어 광장의 모습은 달라졌다. 지난 2009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현재의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면서 광장은 말문을 텄다. 광장을 시민단체, 정치단체 등이 집회장소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 관련 시위 , 세월호 사건 관련 집회, 민노총 등 노동계 집회, 정권퇴진 운동 등 대규모 집회는 물론 1인 시위와 소규모 집회 등도 이어졌다. 급기야 명박산성이나 재인산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차벽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크고 작은 희망과 불만, 분노의 에너지가 광장에서 분출됐다.

 

만들어진지 11년 후, 광화문광장은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서울시가 ‘걷기 편하고 공원 같은 광장’을 만든다며 갈아엎기 시작했다. 시는 광화문광장에 100여 종의 꽃과 나무를 심고 잔디밭을 조성해 ‘도심 그린 숲’으로 가꾼다고 한다.

 

현재 광장의 서측도로(세종문화회관 쪽)는 광장에 편입해 보행로로 확장하고 광장 동측(미국대사관 앞)은 도로를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7~9차로로 확장한다. 서측도로 공간은 차로가 사라진 ‘공원을 품은 광장’으로 조성한다는 것. 시는 이 공사를 2단계로 나누어 내년 10월까지 끝내겠다고 한다.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시는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해 치열하게 소통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 협의와 행정절차를 거쳤다”고 강변한다.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은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 노력과 기대가 헛되지 않도록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면서 “서울 도심 심장부인 광화문광장이 회색을 벗고 녹색의 생태문명 거점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 계획이 그대로 이뤄진다면 광화문광장은 환상적인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에 정치권까지 나서 비판하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이나 국민의 힘에서 나오는 비판은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나 정의당 등의 비판에는 귀를 기울여야 했었다.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된지 오래다. 도심 고궁과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광장은 외국 관광객들이 엄지손가락을 세우기에 충분하다. 사진 찍기 명소로도 자리 잡았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것은 단지 풍경이 좋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고궁과 광장 속에 600년 넘는 역사가 숨어 있고, 백성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광화문광장은 더 이상 서울시만의 광장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광장이자 국민의 광장이다. 무엇보다 공사에는 시민의 혈세가 투입된다.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하는 이유다. 작금의 상황을 정도전이 봤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2020년 11월 20일

전병수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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