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호 만들 때의 그 설렘과 떨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4년 전의 일이 됐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일화가 생겨나고 소멸했다. 작은 사건의 발생과 종말이 거듭되면서 세상은 변천이란 이름으로 진화한다.
2008년 이후 지난 14년 동안 언론인의 잣대로 가장 많이 변화된 것을 꼽자면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활자 신문의 위축이다. 이제 사람들은 컴퓨터에서 뉴스를 보고, 스마트 폰으로 뉴스를 접한다. 사람들은 뉴스 제공자가 누구인지, 어느 신문 어떤 기자가 썼는지에는 아예 관심도 없다. 심지어 포털 사이트가 뉴스 제공자인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지금의 모바일 독자들에겐 뉴스 제공자 따윈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지하철에서 신문을 펼쳐보던 광경도 이제는 박물관 추억의 사진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활자화된 신문은 지금도 국립중앙도서관 신문자료실과 국회 도서관 최신자료실에 각각 기록물로 영원히 보존된다. 오탈자가 있으면 있는 대로, 기사를 잘못 썼으면 잘못 쓴 대로 영구보존된다. 인터넷은 오탈자를 수시로 교정·교열할 수 있지만, 활자는 용서가 없다. 
기자 초년병 시절, 대통령의 이름에 오자가 발견돼 신문을 전량 수거한 사건도 겪었다. 석간신문, 오전 11시 30분. 쇄출된 신문을 실은 배달 오토바이는 이미 출발했다. 그럼에도 교열부는 크로스 체크(cross-check)하는 시간을 갖고 이상 없음을 확인한 뒤 점심 먹으러 간다. 그 교차확인 때 VIP 이름에 오자가 발견된 것이다. 괄호 안에 한자를 병용하던 세로 신문 시절이었는데,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함자에 삼수변이 빠진 영(永)자로 표기된 것이 발견됐다. ‘삐삐’로 출발했던 오토바이를 일제히 돌려세웠다. 아무리 삼권 수뇌부에 비판을 가하는 언론이지만 대통령 이름을 틀리게 쓴 신문이 외부에 유출돼서는 안 된다. 신문을 전량 폐기하고 윤전기를 다시 돌렸다.


일간 신문이든 주간 신문이든 마감시간은 전쟁의 시간이다. 취재기자와 편집기자의 고성이 오가고 가끔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시선을 사로잡을 레이아웃(layout)과 촌철살인의 제목을 뽑기 위해 편집기자는 머리를 쥐어뜯고, 그럴 시간적 여유를 위해 기사를 빨리 넘겨달라고 아우성이다. 취재기자는 완벽을 위해 다시 쓰고 또다시 써서 넘긴다. 오죽했으면 마감 시간을 데드라인(dead-line)이라 부를까. 이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른 뒤에야 비로소 활자화된 신문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 유일한 뉴스 제공자였던 활자 신문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금의 활자화된 신문도 그렇게 생산되고 있다.   
  

이제 세상이 변해 인터넷 신문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유수 일간지들도 인터넷 뉴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터넷 뉴스 시대를 맞아 달라진 것은 제목이다. 옛날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을 뽑기 위해 공을 들였다면, 이제는 흥미 위주의 제목을 뽑는다. 독자의 관심을 끌어 클릭으로 이어지기 위한 제목을 뽑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다. 여기에 본지 국토경제신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창간 14주년을 맞이하는 동안 틈틈이 해오던 고민이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흐름에 순응해야 하는데, 딱딱한 건설 전문지가 어떻게 인터넷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겠는가. 인터넷 독자와 뉴스를 퍼 나르는 포털을 위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는 않다. 이럴 땐 초심으로 돌아가 생각해보는 것이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의 주된 독자층인 200만 건설인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선봉장이었다. 산업화의 역군들은 아직은 흥미 위주의 뉴스를 보지는 않는다. 아직은 정확한 사실 전달과 정확한 정보 전달을 원하고 있다. 그러기에 다소 시대에 뒤떨어지고 흥미가 없더라도 우리 건설기업의 동향과 건설정책 방향을 사실대로 ‘딱딱하게’ 전달해야 할 것 같다, 아직은.


창간 14주년. 해외에서 콘크리트를 비벼 돈을 벌어왔던 자랑스러운 건설인. 대한민국을 경제 강국으로 이끈 산업화의 주역, 건설인. 이제 세계무대에서 설계, 디자인, CM으로 돈을 벌어오기를 기대하면서 자랑스러운 건설인 독자들과 함께 국토경제신문 창간 14주년을 자축하고 싶다.
 

2022년 5월 24일
국토경제신문 발행인 조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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