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즐거운 노래를 불러야 복을 받는데, 경쾌한 노래가 나오지 않는 요즘이다. 우울한 노래만 가슴에 와닿고, 늘어지는 노래만 흥얼거리게 된다.
코로나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로 우리는 많이 힘들어하고 지쳐 있다. 확진자가 600명 대에서 떨어지지 않는 현실이 우리를 지치게 한다. 백신이 넘치도록 확보돼 있다면 희망이라도 가질 텐데 그도 아니다. 오히려 접종능력은 충분한데, 백신이 없어 접종에 동원될 의료인력이 남아도는 슬픈 현실이다.


진솔하지 못한 정부 당국의 발표 역시 우리를 지치게 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왜 한결같이 솔직하지 못할까. “우리는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국민 여러분들이 그동안 불편을 겪었습니다. 우리의 불찰입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면 국민들은 과연 그들에게 돌을 던질까. “아닙니다. 당신은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가 조금 나빴을 뿐입니다. 힘내십시오”라고 격려하는 편이 더 많았을 것이다. 나아가 “믿을 것은 여러분의 개별방역뿐입니다. 우리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테니 여러분들께서 각자의 개별방역에 나서주십시오. 다행한 것은 지하철 버스 등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의 감염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음식점 주점 커피숍 등 마스크를 벗어야 되는 상황만 가급적 피해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께 당분간 이런 불편을 감내하라고 호소해야 하는 이 상황이 지도자로서 정말로 부끄럽고 민망합니다.” 
    

나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이런 사과를 듣고 싶다. 진솔한 사과에는 진정한 격려가 답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얼빠진 반대파가 “그래, 당신이 고백한 대로 당신네 무능이 입증됐으니 이제 정권 넘기고 물러나라”고 한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무지렁이 백성과 허심탄회한 소통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이런 허튼 소리를 했다가는 ‘민심도 읽지 못하는 돌대가리들’이라는 역풍을 맞으며 또 한번 깡그리 외면받는 처지에 놓일 것이다.
우리 국민은 자기의 잘못을 시인하는 사람에게 관대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정치 지도자들은 천인공노할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할 줄 모른다.


공정을 외치던 이 정권이 스스로 공정을 내팽개치고 엄마 찬스 아빠 찬스에다 부동산 찬스까지 끌어들이니 우리가 우울하다. 보수 기득권 정권 하에서는 부(富)가 공격의 대상 아니었던가. 가난한 사람의 심정을 긁어준다는 빌미로 부는 그 자체로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러나 가난과 불공정에 짓밟히고 억눌려왔다던 그들이 이제 권력의 중심에 섰다. 살펴보니 그들 중 집 두 채가 아닌 사람이 없고, 나보다 가난한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면 다시 용서를 구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 국민은 도박 외도 술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어느 정도는 살아갈 수 있는 나라로 성장했다. 따라서 열심히 일하고 검소한 생활 끝에 늘그막에 부를 일구고 산다면, 이건 칭찬해 줘야 마땅하다”라고 천명해야 한다. 


그동안 부자와 빈자를 분리하고, 부자를 빈자의 공격대상으로 삼게 했다면 이젠 바뀌어야 한다. 가난한 건 죄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랑거리도 아니다. 또한 국가가 개인의 가난까지 구제해줄 수는 없다. 다만 공정한 경쟁을 통해 공정한 부를 추구한다면 칭찬하고 독려해줘야 할 일이다.
그동안 비정상적인 가치관과 국가관으로 ‘권력 따먹기’ 놀음을 해왔다면 이제 바뀌어야 한다. 나라를 부유한 국가로, 백성을 잘 사는 국민으로 만들 능력이 없는 사람은 이제 선출직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사과할 줄 모르고, 시인할 줄 모르고, 용서를 구할 줄 모르는 용기 없는 자들이 여전히 선출직에 나선다면 ‘국민 우울증’은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창간 13주년. 기쁘고 즐거운 노래를 불러야 할 날에 이처럼 우울한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고민스런 글이나, 이 또한 역사의 한 단면으로 기록에 남아야 할 사실이기에 쓴다. 건설 교통 분야에 종사하는 우리 독자들, 특히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교통 분야 종사자들과 함께 하는데 어떻게 경쾌한 콧노래를 부를 수 있겠는가. 기쁠 때 같이 기뻐하기로 하고, 슬픈 때이니 같이 슬퍼하자.

“지쳤거든, 다시 힘내자”고 서로를 격려하자. 

 

2021년 5월 21일

국토경제신문 발행인 조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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