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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기자의 법 이야기/ 공수처, 헌법정신 위반이다
2020-12-17 17:07:39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생긴다. 공수처가 국가 조직으로 생기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다만 향후 공수처의 역할과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가에 따라 자칫 헌법정신에 위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새로 생길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동안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해왔다. 특히 소위 상류계층에 대한 수사는 주로 검찰 몫이었다. 그러던 것이 경찰조직에 지능범죄수사대 광역수사대 등이 생기면서 경찰도 상류계층에 대한 수사를 일정 부분 담당해왔다. 다만 기소독점주의 원칙에 따라 검찰의 최종 지휘를 받아야 했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 대해 그동안 경찰의 불만이 컸다. 불만을 넘어 갈등과 반목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경찰의 처지에서 보면, 경찰간부후보생 출신의 나름 똑똑한 수뇌부에 이어 최근에는 경찰대학을 졸업한 수재들이 경찰의 수뇌부에 포진해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해서 굳이 옥상옥에 불과한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굳이 타 기관의 간섭을 받는다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의 생각은 다르다. 검찰조직은 대한민국 몇몇 수재만이 통과할 수 있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약 1000여 명의 수재들 가운데서도 법무연수원 성적이 상위 5% 이내에 들어야 검사 또는 판사로 임용되는 현실이었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의 처지에서 보면, 경찰조직에 기소권을 위임하기에는 그들의 리갈 마인드(legal mind)가 부족해 아직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갈등은 쾌도난마로 단칼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정치적으로 해결한다는 것 역시 공평무사하지 못하다. 정치인들은 표가 많은 쪽, 즉 조직의 인원수가 다수인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계 어디를 가든, 엘리트와 대기업과 자본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이들 소수 엘리트들이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 선거와 정치라는 변수가 작용하는 순간, 유자가 탱자로 변할 수 있다.  


정치는 다수의 하소연을 결집해 권력을 창출하는 게임이다. 경영은 상생이나, 정치는 살육이다. 경영은 ‘네가 살아야 내가 산다’인데, 정치는 ‘너를 죽여야 내가 산다’이다. 권력을 잡은 뒤에는 ‘일신상의 욕망’을 무자비하게 채워가는 과정이 정치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상황 역시 온 나라가 정치판이다.
지록위마의 눈가림과 우매한 백성의 혼돈 속에 어쨌든 공수처는 탄생하게 됐다. 문제는 공수처를 오로지 검찰개혁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역시, 반발하는 검찰조직 수장의 손발을 묶은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개혁을 완수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공수처는 오로지 ‘고위 검찰 수사처’ 역할만 하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수사가 살아 있는 권력으로 향하지 못하고 정치권력의 시녀로 타락하는 순간,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은 무너진다. 대통령제 국가 체제에서 행정부는 입법권이나 국정감사를 매개로 입법부의 견제를 받고, 입법부는 사법부가 판결을 통해 심판하면서 견제와 균형의 조화를 이루어 간다. 다만, 대통령은 내란 외환의 죄를 짓지 않은 이상, 임기 중에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다. 퇴임 이후에는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한 행위라 할지라도 소추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동안 그 역할을 검찰이 담당해왔으나, 이제 공수처가 담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의 인적 구성원이 대통령 사람들로 구성되거나,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말하는’ 권력의 시녀들로 구성돼 있으면 곤란하다. 검찰은 공수처에 수사권을 빼앗긴 허수아비요,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들을 보호하는 호위무사 집단으로 변질돼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미 공수처 인적 구성과 임기가 친여 성향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굳혀졌다. 이 같은 구조로는 ‘정권에 맞서는’ 검찰 고위층에 대한 수사는 가능해도, 정치권 고위층에 대한 수사는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직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적폐로 몰아 처단하는 악습도 없애야 된다. 그러나 공약에 따른 통치행위임에도 국가 경쟁력을 현저히 떨어뜨렸거나, 단 한사람의 인권이라도 보살피지 못한 과오가 드러난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직구성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

 

2020년 12월 17일

조관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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