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전병수 기자] 한국산업표준(KS) 규격에 미달한 레미콘을 납품한 레미콘사 임직원과 뒷돈을 받고 이를 묵인한 건설사 직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2017년 1월~2019년 10월까지 건설사와 약정한 배합비율보다 시멘트와 자갈의 함량을 줄여 만든 레미콘 124만㎥(믹서트럭 20만대 분량, 900억 원 상당)를 아파트 오피스텔 등 수도권 건설현장에 납품한 A레미콘 업체 임직원 16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검거하고 이중 업체 임원 B씨(62세) 등 2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레미콘의 KS 규격(KS F 4009)에 따르면 주문자에 공급하기로 한 배합과 실제 배합 재료의 계량 오차 범위는 시멘트 -1%~+2%, 골재(자갈·모래) ±3%, 물 -2%~+1%, 혼화재(고로슬래그미분말, 플라이애시) ±2%며 이중 한 종류만 벗어나도 KS 규격 미달 레미콘에 해당된다.


경찰에 따르면 A레미콘 업체는 프로그램 개발업체 임원 C씨(42세) 등 2명으로부터 레미콘 배합비율을 조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받았으며, 건설사에는 약정한대로 배합한 것처럼 허위 납품서류(생산자료 리스트)를 제출했다.


수년간 KS규격 미달의 레미콘을 공급받으면서 이를 묵인해준 대가로 뒷돈을 챙긴 D건설사 F씨(46세) 등 9개 건설사 관리자 9명도 입건됐다.


이들은 A레미콘 업체를 비롯해 14개 레미콘 업체 품질담당자 17명으로부터 “레미콘 품질의 하자가 있더라도 묵인해 달라”는 명목으로 총 167회에 걸쳐 5000여 만 원을 수수했다. 또 실제 건설현장에서 실시하는 슬럼프·공기량·염화물 함유량 시험은 건설사가 아닌 납품업체 담당자들이 대행했다.


특히 A레미콘 업체의 경우 건설현장에 보관 중인 압축강도 시험용 시료(공시체)를 바꿔치기하거나 시험 통과용 차량(보정차)을 보내 레미콘 강도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모두를 배임수증재 협의로 각 검거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산업통상자원부(국가기술표준원)와 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에 제도개선 사항을 통보하고 그동안 A레미콘 업체에서 납품한 배합비율로 공시체를 제작, 강도시험을 실시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건설현장 비리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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