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등 대형 건설기계 제조업체와 이들을 대변하는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관계자들에게 국토부 출입금지를 통보했다. 
물론 국토부의 출입금지 조치는 선언적인 것으로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굴삭기(포크레인)나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의 수급조절 등 국토부 관계자와 직접적인 면담을 통해 업무를 협의하고 처리할 일들이 많다.
국토부 담당 부서에서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중공업의 대관 업무 담당자들에 대해 출입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재력을 동원해 꼼수로 문제를 해결하려는데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 것으로 “신뢰할 수 없는 당신네들과는 당분간 대면조차 하기 싫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국토부가 화난 배경에는 제조사와 사용자 사이의 엇갈린 견해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고 갈등을 봉합하려는 노력에 제작사가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건설기계 제작·공급 문제를 놓고 제조회사를 대변하는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와 사용자를 대변하는 ‘대한건설기계협회’와 골 깊은 갈등을 빚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등 제조회사는 한 대라도 더 만들어 팔아야 하는 반면, 굴삭기 등 건설기계 사용자들은 좁은 시장에 더 이상 건설기계가 늘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둘다 밥그릇 크기를 두고 벌이는 전쟁인 것이다.
전쟁이란 표현도 과언이 아닌 것이 ‘건설기계관리법’의 문구 한 글자 수정에 사용자와 제조사의 희비가 엇갈리는 동전의 양면같은 관계에 놓여 있어, 과천 청사 앞에서는 항상 각각의 입장 전달을 위한 농성이 계속돼 왔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최근 건설기계의 공급이 과잉 상태라고 보고 지난 6월 16일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를 개최해 향후 2년간 굴삭기 덤프트럭 콘크리트 믹서 콘크리트 펌프 등 4개 종목에 대한 신규 등록을 제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덤프트럭과 콘크리트 믹서만 통과되고, 굴삭기와 콘크리트 펌프는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회장단으로 있는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의 반대로 통과가 무산됐다.
무산된 근거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용역 자료가 등장하는데, 이 연구용역 자료에는 지난 10년간 굴삭기 등록대수는 51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지난 10년간 굴삭기는 2만8195대가 증가해 수급조절이 필요하다는 국토부의 당초 검증 결과를 뒤집는 것이다.
연구용역은 제조사측 단체인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의 의뢰로 진행됐다.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는 연구용역 자료의 중간 결과를 바탕으로 51대가 오히려 감소했으니 수급조절품목에서 제외할 것을 강력 주장했고, 결국 통과를 저지했다.    


굴삭기(포크레인) 덤프트럭 콘크리트믹스 트럭 콘크리트 펌프(카) 등 건설기계에 대한 제작·공급 문제를 놓고 골 깊은 갈등을 빚어오던 두 개의 이익단체가 이번에는 제조사 측의 승리로 일단락 된 것처럼 보이나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파장의 첫 불똥은 건설기술연구원으로 튀고 있다.
제조사 측의 의뢰로 연구용역을 수행, 지난 10년간 굴삭기 51대가 감소했다고 중간 발표한 건기연의 책임연구원인 모 박사(55세)는 그 이전 국토부에 ‘굴삭기 2만8159대가 과잉 공급됐다’는 근거를 제시한 장본인이다.
한 연구원이 한 과제를 연구하면서 서로 다른 두 가지 결론을 내 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연구원은 “국토부가 근거로 삼고 있는 자료에 대해서는 대가를 받고 수행한 연구용역 결과치가 아니라 자체예산으로 수행한 연구과제의 결과물에 불과했다”며 “또한 이 연구과제는 대외비로 공표되지 않은 내용인데 어떻게 공표됐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누구의 편을 들어 수급조절을 해야 된다, 안 해야 된다라는 결론을 내린 적은 없다”며 “다만 굴삭기가 얼마나 모자라고 얼마나 남아도는 지에 대해 수치적으로 제시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건기연 명의로 낸 해명자료에서 “민주당 김성순 의원이 제기한 의혹 및 특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표현, 사태를 정치권과의 공방으로 몰아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두 번 째 불똥은 정치권에 ‘4대강 사업’에 대한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일부 야당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 착공·추진되고 있는 미묘한 시기에 또 하나의 공격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토대로  “만일 건설기계산업협회가 4대강 사업의 특수를 노려 정부의 수급조절 계획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여기에 국책 연구기관인 건설기술연구원이 연구용역을 고의적으로 왜곡 조작해 허위의 결고를 보고하며…”라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의원은 특히 “굴삭기 통계에 두 개의 진실이 존재할 수 없는 만큼 감사원이 직접 나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국토부 해당 관계자는 “두 가지 결론을 내린 건기연 연구원의 자질도 의심되는 지경이지만, 아전인수 해석을 위해 억지성 연구용역을 의뢰한 제조사들에 대해서도 심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양자의 상반된 주장에 대한 해결책 모색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왔으나 이제 ‘허심탄회’라는 단어는 빠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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