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가 다시 지역자원시설세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 때 불발된 지역자원시설세 개정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이철규 의원이 시멘트 생산 1t당 1000원을 부과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시멘트 생산 외부불경제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범위가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21대 국회 들어서는 강원도와 강릉시 등 시멘트 공장이 소재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입법추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강원도는 화력발전 지역자원시설세 세율인상을 추진하는 인천, 충남, 경남, 전남 등과 손을 잡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역자원시설세는 목적세다. 지역의 균형개발, 수질개선과 수자원보호 등에 소요되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양수발전용수를 제외한 발전용수·지하수(용천수 포함)·지하자원·컨테이너를 취급하는 부두를 이용하는 컨테이너·원자력발전을 과세대상으로 한다. 시멘트업계는 이 법률에 따라 매년 수십억 원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지하자원)을 채광할 때 납부하는 것이다.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납부한 금액만 해도 500억 원에 달한다. 이 법률에 따르면 완제품인 시멘트는 과세대상이 되지 않는다. 법 개정 없이는 세금부과가 불가능하다. 


지자체들이 왜 법 개정에 목을 맬까. 지자체들은 시멘트 공장이 공해를 유발하고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므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재원으로 주민복지서비스와 지역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명분은 그럴싸하다. 그러나 이들이 노리는 것은 연간 450억 원에 달하는 세수다. 재정자립도가 20%에 못 미치는 지자체의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더 좋은 세원은 없다. 


여기에 문제는 없는가. 업계는 이미 채광과정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세금을 내야한다. 이중과세라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만약 세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완제품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 부과는 시멘트가 유일하다. 지자체들의 논리를 다른 제품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편의점에서 사마시는 생수에도 병당 일정금액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이것이 과연 조세평등주의에 합치되는가. 기업의 재산권과 자유를 침해하지는 않는가.


업계는 지금도 적지 않은 환경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질소산화물 배출 부과금 60억 원,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400억 원에 제1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700억 원 등을 부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연간 45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중복과세로 인한 부담이 가중된다.


업계는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올 한 해만 해도 140억 원의 재원을 투입한다. 눈에 드러나지 않는 지역경제 기여도도 높다. 단양시장이나 주변 음식점을 가보라. 시멘트업계 관계자나 가족들을 제외한 일반 손님이 얼마나 되는지 보라. 지자체들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시멘트는 소위 ‘을’이다. 기업들이 지방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자체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갑질을 할 수 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사소한 인허가에서 각종 사업에 이르기까지 어깃장을 놓으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자체가 밉다고 해서 공장을 옮겨갈 수도 없고 갈 데도 없다. 코앞에 석회석 광산을 두고 어디를 간단 말인가. 


농부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밭갈이 하는 소의 생살을 베어내 국을 끓여먹지 않는다. 오히려 더 잘 먹인다. 여름엔 싱싱한 풀을, 겨울엔 영양 많은 콩잎 등이 들어간 쇠죽을 끓여 먹여 기운을 돋운다. 소가 건강할수록 소출이 늘어나고 소출이 늘어날수록 집안 경제가 나아지기 때문이다.


울릉도에 가면 섬나무딸기라는 장미과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딸기나무다. 그런데 이 나무를 잘 보면 가시가 없다. 또 열매가 크고 튼실하다. 왜 그럴까. 잎을 뜯어먹는 노루나 토끼 등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방어할 가시를 만들 필요가 없게 된 식물이 가시에 보낼 영양분을 열매로 보내 튼실하게 만든 것이다. 시멘트는 봉이 아니다. 일하는 소의 엉덩이 살을 베어내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2020년 10월16일

전병수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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