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와 상품백화점 붕괴 등 건설 부실은 피해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었고, 국가 신뢰 및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다. 건설사고 후엔 항상 각종 대책이 쏟아졌으나,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뿌리 뽑기엔 부족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러한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각종 건설공사 현장에서 생산 국가를 알 수 없는 부적합 철강재(비KS)가 버젓이 사용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건설기술관리법에 따르면 해외에서 수입된 철강재는 제조회사별, 제품규격별로 100톤당 1회를 랜덤으로 선정해 정부에서 지정한 171곳의 품질검사전문기관에 의뢰해야 한다.


이번 국정감사 기간동안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4~8월까지 수입된 H-형강의 물량은 21만 930톤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100톤당 1회를 랜덤으로 검사할 경우 산술적으로 최소한 2109건의 검사가 이뤄졌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검사의뢰 된 H-형강은 150건으로 같은 기간 검사 받아야 할 2109건의 7.1%에 불과했다. 특히 검사의뢰 된 150건 중 5건을 제외한 145건은 생산 국가조차 알 수 없었으며, 최근에 수입된 제품인지 이미 사용했던 재사용 제품인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이번 조사는 수입 철강재 중 H-형강만을 조사한 결과로 동일한 검사절차를 거쳐야 하는 철근까지 감안할 경우 국내 건설현장에 쓰이는 부적합 철강재는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다. 결국 그만큼 수입 철강재에 대한 품질관리가 허술하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6일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장에서 필자는 불법 철강재 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내부 TF팀을 구성해 10월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19개 공공공사 현장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품질시험을 미이행한 비KS(재사용재 포함) 철강재는 4261톤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다. 결국 부적합 철강재가 실제 건설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음이 조사 결과 밝혀진 것이다.
11월 6일 국토해양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동절기 안전사고 및 부실시공 방지를 위해 전국 771개 건설현장 시공실태를 일제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점검내용엔 H-형강 등 불법자재 사용실태점검 등이 포함되었다. 또한 적발 시에는 관계법령·규정에 따라 제재 조치를 약속했다. 이제라도 불법 철강재 근절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보이는듯하여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국토해양부는 커다란 댐이 작은 균열과 구멍 때문에 무너진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향후 국민들이 거주하고 생활하는 공공시설의 안전 대책을 보다 철저하게 관리·감독해 나가야 한다. 또한 관련법을 개정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행태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2009년 11월 28일
국토해양위원회 국회의원 정 희수(한나라당 경북 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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