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조후현 기자]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이 서울시의 문화공원 조성 계획에 가로막혔다.
항공업계가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부터 코로나19까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대한항공은 생존을 위한 자산 매각에 나섰지만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공원 조성 계획을 공표하자 1차 입찰이 무산된 것이다.


대한항공은 12일 이와 관련해 해당부지 문화공원 결정을 위한 행정절차와 부동산 매각을 방해하는 유·무형적 행위를 중단하라는 시정권고나 의견표명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고충 민원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항공업계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자 지난달 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 원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받았으며, 이에 대한 조건으로 자본 확충을 위해 송현동 부지 등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대한항공이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주관사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하자 총 15개 업체가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서울시가 해당부지의 문화공원 지정 및 강제 수용 의사를 밝히자 지난 10일 1차 입찰마감일에 참가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해당부지는 경복궁 인근인 데다 1종 일반거주지역이며, 덕성여고 덕성여중 풍문여고 등 학교도 가까워 높이는 12m로 제한되며 용적률도 100~200%에 불과하다.
앞서 대한항공이 7성급 한옥 호텔을 지으려다 학교보건법에 가로막혔고, 삼성생명도 미술관 건립에 실패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문화공원 조성을 위해 대한항공과 수의계약으로 해당부지를 매입한다는데, 업계에서는 입찰을 따내도 의미가 없다고 분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서울시는 부지 보상비로는 약 4670억 원을 산정했다.
구체적 매입금액은 향후 감정평가를 통해 공원 결정 이전의 토지 가치를 평가해 책정하겠다고는 했으나,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최소 5000억 원을 연내 마련하려던 계획과는 달리 금액도 부족한 데다 공사 착수 시기가 조정될 경우 보상금 지급시기가 2022년으로 밀릴 가능성 역시 부담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11일 매입가를 감정평가를 통해 시세대로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투자심사, 시의회 동의, 공유재산심의 등 관련 절차 후 매입가를 확정해야해 입찰참여를 못한 것이지 매입가를 내리거나 인수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산하기관, 공공·금융기관 등과 협의를 통해 서울시 예산 외 재원조달 방안도 강구 중”이라며 “대한항공의 조건 및 요구사항을 듣고 적합한 지원책 마련을 위해 협의 재개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금액도 시기도 대한항공이 처한 상황을 감안할 때 충분하지 못하며, 조건이 변경될 수 있는 불확실성도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서울시의 보상금액도 지급시기도 충분하지 못하며, 재원 확보 등을 이유로 언제든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라며 “2차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나 현 상황을 감안하면 녹록치 않아 절박한 심정으로 국민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항공업계를 정부가 지원하며 자본 확보를 위한 노력을 주문했는데, 지자체는 여기에 브레이크를 건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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