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면 호랑이 형상의 한반도 허리가 두 동강 나는가. 대운하를 건설하면 한반도 호랑이의 내장이 파열되는가.”
청와대가 대운하 건설에 대해 잠정 보류 방침으로 선회한 가운데 민간 연구단체가 개최할 예정이던 대운하 관련 세미나가 취소됐다.


민간 연구단체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6월 10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대운하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했었다.
건산련은 3일 오후까지도 연구진을 중심으로 세미나 준비를 진행해왔으나 4일 갑자기 세미나 개최를 취소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그동안 반대여론에 묻혀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대운하 건설의 이점에 대해 재조명할 예정이었다.
건산련 권오연 윤영선 박사와 대학교수 등이 참석해 외국의 내륙수로 운영실태와 정책동향을 밝힌 뒤, 대운하 건설에 따른 생산과 고용유발 효과 등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또한 대규모 건설정책을 통해 심각한 청년실업과 고유가, 그리고 원자재가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조짐에 대응할 ‘한국판 뉴딜 정책’을 시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는 건산련의 이 같은 세미나 계획이 돌연 취소됐다.
세미나 계획 취소에 대해 건산련 관계자는 “비록 민간연구단체의 연구 결과물 발표활동이라 할지라도 ‘대운하 사업의 보류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강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산련의 이 같은 세미나 취소를 두고 ‘한미 쇠고기 협상 반대 등’ 최근 들끓고 있는 반정부 정서가 민간차원의 대운하 건설 추진의지마저 꺾어버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자제안을 준비 중인 A사 간부는 “한 때 자기를 소개할 때 ‘중도 좌파’라고 말하지 않으면 무식꾼 취급을 받으며 ‘왕따’ 당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지금은 대운하 건설에 찬성논리를 내면 ‘뇌 구조를 의심받는’ 상황이어서 어려운 지경”이라고 말했다.
특히 특별한 이유 없이 ‘정치 결사체 차원의 감성적 잣대’로, 대운하를 건설하면 마치 한반도를 갈기갈기 찢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B사 간부는 “건설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건설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해야할 건설 전문신문에서조차 시류에 틈탄 반대 목소리 높이기에 앞서고 있다”며 “일목요연한 반대 논리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감성적 표현들이 많아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건설교통부 고위직 출신 C씨는 팔당호 2억4000만톤의 물은 5시간 만에 한강물에 섞여 바닷물로 버려지고, 충주호 27억5000만톤의 물은 10시간만에 팔당호에 도착 15시간만에 바닷물로 버려지는 상황을 반대론자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는 비행기로 운송해야하듯, 도로나 교량에 과도한 하중을 미치는 철근 등은 물길 운송이 바람직하며, 또한 낙동강 하류 물은 흘려 순환시켜야 BOD, COD 수치가 개선, 생활환경이 되살아날 것”이라며 “다만, 다른 민자사업과 형평에 어긋나지 않는 대운하 건설방향이 조속히 재설정돼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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