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1%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올해 0%대 성장률을 기정사실화 한 셈이다. 이번 주 금융통화위원회 뒤에 열린 인터넷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다. 그것도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으로 2·4분기에 진정되고 하반기에 경제활동이 점차 개선됐을 때 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다.


이 총재는 “금리 여력이 남아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정책 대응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3월 임시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0.5%p 내리고 환매조건부채권(RP)을 무제한 매입하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착수했다.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증권사와 같은 비은행 금융사에 직접 대출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한은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굼뜬 정부의 행보와 완전히 차별화를 느끼게 한다.


정부는 여전히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2.4%)를 나홀로 고수하고 있다. 한은이 당초 2.3%에서 1% 아래로 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민간연구기관은 물론 한은마저 1%대 성장이 쉽지 않다는데 정부만 괜찮다는 식이다. 현실 인식이 이러니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기 힘들다. 성장률 전망치는 모든 정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요소다.


정부도 기존 성장률을 고집할게 아니라 현실적인 입장을 반영해 성장률을 수정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지금처럼 경제위기극복에 한은이 앞장서고 정부가 뒤따라가는 형국이 아닌 정부가 주도적으로 경제침체 해결에 나서야 한다.


코로나19 위기 사태를 풀기 위해서는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단기방책도 필요하지만 긴 안목으로 우리 경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일단 금융 지원 등으로 기업 도산을 막은 뒤 기업 체질을 개선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조개혁과 규제혁파에 나서야 한다. 앞으로 닥쳐올 거대한 파고를 헤쳐 나가려면 방파제를 더 높이 쌓아야 한다.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친기업정책으로 궤도 전환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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