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적정공사비 책정 등을 추진하는 가운데, 조달청이 설계예산검토과를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단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신설된 설계예산검토과는 총 사업비 관리 대상사업 중 설계 전 과정에서 설계적정성을 검토해 시공 과정에서의 저품질 부실설계로 인한 폐해를 막겠다는 취지로 기존 시설사업기획과에서 분리된 조직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쇼크로 공공건설시장 역시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공사비 삭감 강화로 이어질 경우 경기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조직 신설과 예산 절감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조달청의 말이 사실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사비 증액보다 삭감에 치우친 정책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그동안 조달청의 관행에서도 잘 나타난다. 설계예산심사제도로 업체들이 불안과 불신감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정황상으로도 증액보다는 삭감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통상 공사비는 시설공사 기획에서 입찰에 이르기까지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조달청 설계적정성 및 총사업비 검토, 발주기관 자체 조정, 주무부처 자체검토, 기재부 예산검토, 발주기관 최종검토에 이르러 예정가격이 산정된다. 이 단계를 거칠 때마다 복수의 관련 기관이 단계별로 검토하며 공사비를 줄이고 입․낙찰 단계에서 다시 계속 깎는 구조다.
기획단계 초기 예정가격 대비 실제 건설 산업계의 수주 금액은 50~70% 수준에 그친다. 100원짜리 공사를 50원이나 70원에 하는 셈이다. 이러면서 고품질의 시설물 생산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물론 정부사업에 대한 예산의 효율적 집행은 중요하다. 비효율적인 낭비요인은 줄여야 한다. 그러나 설계예산검토과 신설만으로도 업체들에게는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 깜깜이 행정으로 일관할게 아니라 삭감이나 증액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업체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다.


설계예산검토과가 공사비 삭감에만 치우치지 않아야 진정한 공공 건축물의 설계품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조달청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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