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요즈음 우리 앞에 다가온 봄은 어떤가.

예년과는 사뭇 다르다.  많은 축하와 꽃다발 속에 있어야 할 졸업식은 취소됐고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아이들은 학교에도 못 간다. 예년 같으면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고 첫 만남의 설렘을 만끽할 시기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마음이 영 편치 않다.

 

그럼에도 봄의 상징인 꽃들은 우리 곁에 훌쩍 다가왔다. 예년과 다른 점은 산과 들에 봄을 즐기려는 상춘객들이 확 줄었다. 화훼농가들의 얼굴엔 요즘 근심걱정이 가득하다. 한창 출하를 해야 하나 코로나19 여파로 소비되지 못한 꽃들을 눈물을 머금고 모두 폐기처분하고 있다.  

 

물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요즘이지만 출근길과 퇴근길에 동네 꽃집에 들러 직장과 가정에 꽃을 꽂아놓는 것은 어떨까.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것이다. 

 

밤보다 낮 길이가 길어진다는 춘분도 지났다. 쌀쌀했던 바람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햇살도 따스해지고 있다. 이번 주부터는 온도가 15~6도까지 오를 것이란 예보도 나온다. 바야흐로 만물이 생동하는 시기다.

 

전국 방방곡곡에 기다리던 봄이 왔건만 마음은 여전히 혹독한 겨울이다. 모두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봄의 향취를 즐길 여유가 없다. 달갑지 않은 미세먼지의 공습으로 마스크 행렬로 넘쳐났던 요 몇 년 새의 고통은 코로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바이러스의 공습에 한반도의 봄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에서 열리던 봄꽃축제와 식목행사 등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해마다 추진하던 식목월 나무심기 행사를 올해는 열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암울한 절망 속에서도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소식이 들려온다.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 마스크 나눔과 재능 기부에 동참하는 시민들, 나눔과 기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온 국민의 따뜻한 격려와 지원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이 있어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라는 점을 느끼게 해준다.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사람들은 아직 집 밖으로 선뜻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외출할 때 이제 마스크를 챙기는 건 이제 일상이 됐다. 하지만 조금씩 희망이 보이고 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치면 이 또한 조만간 이겨낼 것이라 믿고 싶다. 밝은 미래를 위해 조금씩만 더 힘을 내보자.

 

2020년 3월 20일

한양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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