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한양규 기자]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한 달 만에 주택시장 곳곳에서 집값이 급등하는 등 역효과가 발생했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대출 규제의 ‘고삐’를 피했거나 가격대가 낮은 아파트 가격이 솔솔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새해 들어 전국 아파트값(6일 기준)은 전 주보다 0.07% 올랐다. 1주일 전(0.09%)보다 상승 폭이 낮아졌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0.07%, 수도권은 0.14% 올랐다. 서울의 상승 폭은 전주보다 0.01%p, 수도권은 0.03%p 낮아졌다.


하지만 경기도 용인, 평촌, 구리시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값 상승 폭이 되레 커지고 있다. 시장에 유동성 자금은 풍부한데 마땅한 투자처는 없는 상황에서 규제에 묶이지 않은 지역이나 매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용인 수지구(0.52%)다. 용인 기흥구(0.36%)도 수도권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용인은 2000년대 중반 서울 강남 3구와 함께 전국 집값을 선도하는 ‘버블 세븐’으로 꼽혔던 곳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며 집값 하락 폭이 가장 컸던 지역이기도 하다.


용인 수지구 풍덕천동 e편한세상 수지 전용면적 84㎡ 형은 10억4000만~11억 원에 매물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초에는 8억9750만~9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용인 수지구 동천동 동문 굿모닝 힐 5차 84㎡형도 6억8000만~7억2000만 원으로 호가가 올랐다. 지난해 12월 7일에는 6억2500만 원에 거래됐던 곳이다.


​버블세븐에 속했던 평촌 신도시가 있는 안양 동안구의 아파트값(0.35%)도 많이 뛰었다. 평촌동 인덕원 대우 84㎡ 형은 지난해 12월 5억7000만~6억45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달 들어선 7억 원으로 호가가 올랐다. 수원 팔달구(0.43%)와 구리(0.4%), 광명(0.31%)도 새해 첫 주 아파트값 상승 폭이 큰 편이다.


이런 지역은 서울 도심으로 이동하는 교통여건은 비교적 괜찮지만, 아직 9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가 많지 않다는 게 공통점이다.


서울에선 대출 규제 확대에서 빠진 9억 원 이하 아파트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강동구 강일동 강일리버파크 2단지 84㎡ 형은 지난해 12월 초 7억7800만 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8억 원 이하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구로, 관악, 영등포구의 아파트값은 새해 첫 주 각각 0.1% 올랐고 강북구(0.09%)도 상승 폭이 커졌다.

 

KB국민은행 임채웅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당분간 서울에선 9억 원 이하 아파트가 많지 않은 강북이나 서남권으로 쏠림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 수지구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풍덕천, 신봉동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바람도 불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 114에 따르면 수지구 일원에서 준공 20년이 넘은 아파트는 2만 가구에 이른다. 교통 호재도 있다. 서울시가 지하철 3호선 수서 차랑 기지를 경기도 수원, 용인시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서울 강남이나 성남 분당에서 용인으로 눈을 돌려 집을 사려는 수요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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