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조후현 기자] 우리나라 건설업계가 해외경쟁력 강화를 외치고는 있으나 인식부터 목표, 체계까지 여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설계·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리드하는 미국이나 유럽 등 건설 선진국과 달리 시공이 엔지니어링을 끌고가는 정반대의 현상이 유지되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1일 한미 엔지니어링 입·낙찰제도의 비교 평가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제시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정책의 중심이 엔지니어링에 맞춰져 있어 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리드하는 구조다.
법령과 제도 역시 엔지니어링의 창의성을 중시하며, 기술발전을 위해 재량권과 협상자율성 등을 인정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역시 처음부터 공사비와 안전, 유지·보수비까지 포함한 최고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적정대가로 최고의 생애주기비용 효율을 도모하는 선순환구조가 정착돼 업계가 요구하는 적정공사비 역시 보장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낙찰자 역시 기술변별력 등 역량을 기반으로 협상, 선정하는 구조로 5~6%의 마진을 보장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시공 중심의 정책으로 엔지니어링은 시공의 하청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데다, 규제와 기득권층 보호가 정책의 중심에 있어 창의성이 발휘되기 어렵다.
프로젝트도 예산절감에 초점이 맞춰지고, 단기적인 설계·시공 비용의 절감에 우선적인 목표를 두게 돼 저가경쟁과 부실공사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인 것이다.
낙찰자 선정방식 또한 기술보다는 가격 위주의 심사가 주를 이루다 보니 저가경쟁으로 인해 60~80%대의 낙찰률이 고착화된 실정이다.


이 같은 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엔지니어링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창의성, 기술 가치가 반영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술력 위주의 엔지니어링 낙찰자 평가를 추진하고, 최종적으로는 역량만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미국의 QBS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실비정산방식의 예산 편성과 지급을 통해 적정가격으로 최고가치를 추구하는 선순환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는 “건설 선진국에서는 엔지니어링 회사가 주도하는 구조지만, 국내는 시공의 하청 정도로 인식돼 기술발전이 안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건설프로젝트 자체의 가치를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엔지니어링 입·낙찰제도의 선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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