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노조가 지난 4일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소형 크레인 사용금지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이바람에 전국 타워크레인 3500대 가운데 2500대가 점거당해 건설현장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파업은 하루 만에 임금 상승과 소형 크레인의 안전성 강화를 논의할 노사민정 협의체 구축 등에 합의하며 정상화됐다.


이번 파업을 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 시각으로 나뉘었다. 소형 무인 크레인 금지를 앞세운 임금 인상 요구라는 시각과, 대형 크레인 기사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건설노조에 대한 인식은 ‘갑질’과 ‘행패’로 대표되고 있다. 양대 노조는 밥그릇 싸움으로 소음 민원을 일으켰다. 새벽부터 소음을 내며 인근 주민을 질색하게 만드는 사례가 잇따라 조명되면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해졌다.

여기에 이번 파업으로 전체 공정의 절반 이상에 개입하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업무 중요도를 내세운 월례비 요구, 태업 등 ‘역갑질’ 행태까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월급을 포함, 월 1000만 원을 챙긴다는 ‘월천기사’라는 현장의 별칭까지 밝혀지며 파업의 정당성을 상실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조가 내세운 소형 타워크레인에 대한 ‘제도적 맹점’에 일리가 있다는 것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노조는 먼저 대형크레인 자격증의 경우 필기와 실기 따로 시험을 거쳐 취득하는 국가기술자격증이지만, 소형 크레인의 경우 8시간만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운전할 수 있어 기계의 위험성에 비해 기사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또 국토부와 산하기관의 타워크레인 검증 능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3일 경실련은 타워크레인 FT-140L의 형식신고도서와 설계도면 곳곳에 차이가 있었고, 형식신고도서대로는 장비 조립이 불가능한 형태였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3월 소방당국이 강풍에 의한 전도 사고로 발표한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 소형 크레인 사고도 FT-140 기종이었다. 이를 근거로 노조와 경실련은 국토부의 설계도서 검증 능력이 없거나 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장비 업체와 유착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작년 11월부터 소형 크레인 전수조사를 통한 허위장비 퇴출 조치를 진행 중이며, 설계도서와 형식신고 적정 여부도 함께 확인해 리콜 등 조치하겠다는 ‘하고 있다’ ‘하겠다’ 식의 답변밖에 내놓지 못했다. 노조는 2년 전부터 소형 크레인의 위험성과 안전 문제를 지적해왔다. 그 진의가 밥그릇 사수였든지 안전에 대한 우려였든지 국토부는 주무 부처로서 해결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공감 못 할 파업에 ‘근거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건설현장의 사망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크레인의 ‘무인 원격조정화’가 실시돼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은 잘 제시해놓고도 양대 노총의 반발에 쩔쩔매는 국토부의 모습이 안쓰럽다. 건설기계의 무인화·스마트화는 세계적 추세다. 글로벌 경쟁에 뒤쳐지지 않을 철저한 보완 및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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