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차관 2명과 교통물류실장이 고속도로 먼지청소와 철도역 물청소 시연에 나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미세먼지로 고통 받는 국민들이 “정부는 뭐라도 해봐라”는 불만을 쏟아내자 국토부 차관과 교통물류실장이 이 같은 쇼에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이 나라 통치자와 행정부 관료들은 국민의 수준을 어떻게 보는 걸까. 도로에 쌓인 먼지 빨아들이고, 서울역 대전역에서 물청소한다고 미세먼지가 줄어든다고? 그들은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을까.


미세먼지는 지리적 영향과 우리의 안일한 생활태도로 빚어진 사태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지구 자전으로 인한 편서풍의 영향으로 애꿎은 우리가 중국발 미세먼지를 마시고 있은 것이며, 우리가 즐겨 타는 디젤차량이 도심의 미세먼지를 증가 시키고 있다. 오늘의 미세먼지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다 과시욕에 사로잡혀 외국산 디젤차를 선호한데 따른 부메랑이다.


물론 중국발 미세먼지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의 외교력 부재와 오랜 시간 저감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도 크다. 마음껏 숨 쉬지 못하는 국민들이 “정부는 뭐라도 해봐라”는 요구는 어떤 해결책을 마련해 보라는 것이지 애꿎은 관료들 동원해 물청소하라는 주문이 아니다. 더욱이 도로의 먼지와 철도역 바닥에 있는 먼지는 지금의 미세먼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오히려 운동장과 마당에서 발생하는 흙먼지는 인체에 그다지 해롭지 않은 ‘좋은 먼지’로 알려져 있다.


미세먼지에 분노한 국민이 정부에 주문하는 것은 중국발 미세먼지와 도심 디젤 차량, 그리고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세 가지 주범에 대한 저감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주범만 해결해도 우리는 한결 청명한 가시거리와 청정한 공기를 맛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해결책을 내놔라는 주문인데 정부는 동문서답, 관료들을 동원해 광대놀이를 펼치고 있다.


스모그로 악명 높았던 영국은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비싸다. 원유를 정제하면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쌀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유에 ‘환경오염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면 경유가 더 비싸진다. 몇 안 되는 정유 업계에서는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경유를 팔아치워야 하는데, 정부가 경유에 세금을 추가로 부과한다면 사활을 걸고 반대로비를 펼칠 것이다. 실제로 국회 로비 창구에는 경유에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로비스트들이 암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나아가 차량 제작사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더 많은 디젤차 생산될 수 있도록 물밑활동을 펼칠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여기에다 과시욕에 사로잡힌 ‘졸부’들이 외국산 디젤차를 몰고 다닌다. 이들은 디젤을 ‘청정 경유’라고 표현한다. 도심에 디젤차를 없애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정유업계, 차량제조업체의 검은 먹이사슬을 끊어야 될 것이다. 국민들이 정부에 “뭐든 해봐라”는 주문은 이런 것이다.     
두 번째로는 기저발전소의 연료변경이다. 기저발전소는 값싼 연료의 발전소라는 뜻으로 전기수요가 적을 때 항상 가동하는 발전소를 말한다. 전력수요가 많아지는 요인이 발생되면 값비싼 LNG발전소, 경유발전소까지 가동하게 된다. 우리나라 기저발전소 역할은 원자력발전소와 석탄을 연료로 하는 화력발전소가 담당해왔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화력발전소가 기저발전소 역할을 도맡게 된 형국이다. 국민이 “뭐든 해봐라”는 요구는 “알아들을 귀가 있으면 알아들어라”는 주문이다.


세 번째로는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다. 우리 한반도는 중국에서 오는 편서풍을 맞을 수밖에 없는 지리적 여건을 안고 있다. 중국에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든, 지구를 거꾸로 돌리든, 국가가 어떻게 해보라는 것이다.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 편서풍의 발원지에 있는 중국 공장의 모든 굴뚝에 탈황·탈질 설비 등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갖추게 하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솔깃한 공약을 했다. 미세먼지 공약실천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좋은 먼지’ 물청소하는 퍼포먼스가 아닌, 무슨 대안을 마련해 두었는지, 설익은 대책이라도 내놔보라는 것이 “뭐든 해보라” 주문이다.


2019년 3월 6일
조관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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