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조후현 기자] 한국전력기술이 이공계 대학생 대상 엔지니어 육성 프로그램인 Power Engineering School(PES)을 이틀짜리 ‘청년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으로 탈바꿈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정부 산하 공기업의 일자리 관련 ‘꼼수’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 기업 자체의 경쟁력 향상이 아닌 정부의 정책 어젠다에 함몰되는 것은 공기업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전기술은 실제로 지난달 29일 ‘직장체험형 단기인턴’ 130명을 모집한다는 채용공고를 등록했다.
그러나 근무기간은 이틀에 불과하며 급여는 세후 8만 원 정도가 지급돼 소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위한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되자 한전기술은 3일 “회사가 지방에 있어 알리고 싶은 목적으로 이공계 대학생 대상 엔지니어 육성 프로그램인 기존 PES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해당 공고를 ‘PES 모집’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모집대상부터 목적까지 해명이 아닌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의 PES는 KAIST, 한양대 등에서 추천받은 이공계 대학생을 대상으로 엔지니어링 기초교육과 발전소 현장 견학 등을 실시하고 우수 학생도 선발해 총 600만 원 안팎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캠프였다.
전력기술 분야 엔지니어링 직무정보를 제공하고 관심 있는 우수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회사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행해왔다.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을 활용해 1년에 총 130명 내외 규모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 캠프는 이번 개편에 따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이틀짜리 청년 일자리로 변했다.
한전기술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는 청년의 경우 3개월을 고용해야 채용실적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130명을 이틀 고용하면 2.8명 정도를 채용한 것으로 반영돼 영향은 적다”면서도 “정부의 다른 실적요구나 통계에서는 다르게 적용될 수도 있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한전기술은 PES를 일자리로 바꾸며 이공계 대학 추천 방식이 아닌 학력 및 전공이 무관한 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지원받아 선발하는 방식으로 변경키로 했다.
직원 2200여 명 가운데 88%가 엔지니어인 한전기술이 문과 학생에게도 회사를 소개하고 홍보하겠다는 셈이다.


또 ‘회사가 지방에 있어 알리고 싶은 목적’으로 확대 개편했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교육내용은 기존과 달라진 게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교육은 원자력, 화력, 신재생에너지, 디지털 플랜트 등에 대한 것으로 관련 전공이 아닌 경우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모집 규모의 경우 지난 7월 53명을 대상으로 여름 캠프를 진행했지만 이번에 130명을 모집키로 하며 기존보다 확대됐다.
반대로 급여가 지급되는 일자리로 바뀌면서 기간은 짧아졌다.
기존의 4박5일에서 6박7일까지 진행되던 캠프가 1박2일 일정으로 줄어든 것이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한 학생은 “이틀짜리 기업설명회 참가하겠다고 자기소개서를 쓸 생각도 시간도 없다”며 “청년에게 필요한건 몸담을 일자리지 16만 원이나 1박2일짜리 기업설명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공기업이 경쟁력 향상이 아닌 정부 정책 거들기에 정신이 팔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일자리는 누가 노력해서 창출하기보다 기업 경쟁력이 올라가고 경제가 좋아지면 자연스레 창출되는 것”이라며 “국내 원전산업은 비상이 걸렸는데 한전기술이 이렇게 여유로운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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