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조관규 기자] “우리 협회는 회원을 최우선으로 여겨 회원을 위한 모든 일을 발굴·추진하고, 동시에 국토부에서 위탁받은 경력관리 업무도 차질없이 수행해야 합니다.” 건설기술인협회 김정중 회장의 일성이다. 김 회장의 첫마디는 ‘그 어떤 일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그의 인생관이 담겨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협회 모든 구성원들이 거의 환골탈태 수준으로 변화해야 했습니다.”

변화를 이끌려면 회장부터 달라져야 했다. 그는 직원들과 같이 매일 출근하고 함께 업무를 챙겨나갔다. 직원들은 ‘그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업무가 늘어나고 갈수록 고쳐야 될 관행이 많아졌다. 때문에 처음에는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다. 특히 임원 일부가 직원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태업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나아가 전임 회장들마저 반목의 시선을 보내왔다. 그러나 김 회장은 한걸음 한걸음씩 개선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결국 김 회장은 국토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냈고,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의 지지도 얻어냈다. 섬기고 몸소 실천하면서 최선을 다했으니 당연한 귀결이었다.


지난 2013년부터 회장직을 수행해오면서 여러 가지 업적이 있으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건설기술인의 복리증진과 권익옹호’다.
건설기술인의 위상제고를 위해 동분서주한 김 회장은 2013년 취임 당시 건설기술인에 대한 정부포상을 동탑산업훈장 1개에서 2016년 들어 금탑산업훈장 1개와 은탑산업훈장 1개로 각각 격상시켰다. 또 1개에 불과하던 포장(褒章)을 2개로, 대통령표창 역시 1개에서 3개로, 국무총리 표창도 2개에서 4개로 확대했다. 김 회장은 “건설기술인을 위해 가장 자랑하고 싶은 업적은 정부포상 규모의 확대와 훈격의 격상”이라고 자평했다. 동분서주, 직접 발로 뛰어서 얻어낸 ‘짙은 땀 냄새’가 묻어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어 “앞으로 ‘건설기술자’라는 단어는 사라집니다. 이제는 ‘건설기술인’이라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자는 어감 자체가 블루칼라의 상징으로 건축 설계 등 고급 엔지니어의 이미지를 함의하지 못해 기술인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비례대표)이 지난해 5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건설기술진흥법’과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김 의원은 건설기술인의 양심과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 같은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입법 취지에 김 회장의 소신도 담겨진 것이다.

 

김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상무 전무를 거쳐 대표이사 사장, 부회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특유의 성실함과 ‘꾀  부리지 않는 업무 스타일’로 오너 일가가 아닌 평사원으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그가 일반 건설회사를 퇴직하고 직능단체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그의 업무 스타일은 여전했다. 직능단체 회장은 통상 ‘거쳐 가는 자리’ 정도로 생각하고 임기 때까지 소일하는 게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달랐다. 비상근 회장임에도 거의 매일 출근하면서 직능단체의 그 동안 소홀했던 일들을 챙겨나갔다. 김 회장은 건설업계 현안을 잘 알고 있는 업계 출신 김현아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입법취지에 동참했다. 그는 “건설기술인의 위상제고와 함께 전문가적 양심에 따라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토목 건축 및 건설 기술 분야 연구를 전담할 새로운 민간 연구기관 설립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와 함께 건설인력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 교육기관도 필요했다. 김 회장은 우선 연구기관 설립을 위해 국토부를 설득했다.
그동안 건설 분야 민간 연구활동으로는 대한건설협회 산하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대한전문건설협회 산하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맡아왔다. 그러나 건산연은 대형건설업체의 의견을 대변하고 건정연은 전문건설업계의 의견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정부의 입김을 배제할 수 없는 한계를 지녀왔다는 평가를 받아온 편이어서 건설분야 전체를 아우르는 제3의 연구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제기돼 왔다.
김 회장은 이 같은 논거로 국토부를 설득해 결국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결국 지난해 연말 서울 논현동 건설기술인회관 사옥에서 ‘연구원 건설과 사람’ 개원 및 현판식을 개최했다. 초대 원장으로 국토부 차관 출신인 김경식 연구원장을 추대했다. 김 회장의 업무 추진이 또 한 차례 결실을 맺은 것이다.


직능단체 회장으로서의 또 하나의 업적은 회장 선출방식을 직접선거제로 변경한 것이다. 일반인들이 보기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건설기술인협회뿐만 아니라 대한건설협회 전문건설협회 등 회장선거로 인해 서로간의 많은 상처를 남겼다. 선거가 인물의 업무 역량을 보고 선출하는 방식이면 좋은데, 그러지 못하고 상대를 밟고 올라가자는 식이었다. 당선되고 나서는 그냥 비상근직 회장으로서 급여와 업무비만 받아 챙기고 소일하면서 보내자는 인식이 많았었다. 특히 대의원을 통한 간접선거 방식이어서 대의원 다수의 지지만 얻으면 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보니 대의원 구워삶기, 편 가르기, 상대에 대한 흑색선전 등 정치판의 오염된 선거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김 회장은 이런 방식으로 선거를 치러서는 직능단체의 미래가 어둡다고 판단했다. 직접 선거제로 변경해 모든 회원이 투표에 참여하는 게 해법이었다. 일부 대의원만 소위 구워삶아서 되는 게 아니라 모든 회원들의 검증을 받자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사로운 마타도어나 흑색선전을 뿌리 뽑고 모두에게 검증된 인물을 선출하자는 취지다.
결국 김 회장은 지난 1월 정기총회에서 ‘임원 및 대의원 선거제도 개선안’을 의결했다. 앞서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제도와 선거비용 절감을 위해 한국행정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 이번 개선안을 마련했다. 개선안에 따라 앞으로의 회장을 비롯, 기술인회장, 대의원 선거방식은 모바일 전자투표를 통해 모든 회원이 직접 참여하는 직접선거방식으로 변경된다. 변경된 임원 및 대의원 선거제도 개선안은 오는 2019년 선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김 회장의 업무 추진이 또 한 번 결실을 맺었고 기록에 남게 됐다.
김 회장은 “모바일 직선제가 도입되면 과거 대물림 선거, 네거티브가 만연하는 진흙탕 싸움이 없어지고 인물 본위의 회장을 뽑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 출신 김 회장은 부임이후 적극적인 수익사업으로 협회의 재정자립도를 높인 것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업적이다. 지난 2012년 약 12억원의 적자를 내던 건설기술인협회가 2013년 김정중 회장이 부임하면서부터 적자를 4억7000만원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어 2016년 재임을 거치면서 별관 임대수익으로 연간 10억원을 확보했고, 본관 임대수익 1억9000만원을 확보했다. 또 인천지회 사무실 임대사업으로 연간 2000만원의 고정 수익을 확보했다. 김 회장은 여기에다 본관 유휴부지 활용을 위한 개발 청사진을 마련하고 연간 10억여원의 또 다른 고정수익을 창출할 구상을 마쳤다. 내달부터 곧바로 건설기술인회관 본관 증축공사가 착수될 예정이다.

 

이로써 협회는 회비인상 없이 창출된 연간 20억원 이상의 수익을 회원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기존의 비상근 회장으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판단이었다. 여기에다 건설분야 취업포털 ‘건설워크넷’을 운영하고 있으며, 회원전용 온라인 서비스몰 구축을 통한 우대서비스 확대, ‘건설기술인 사회적 위상제고 사업’과 건설기술인을 위한 연구센터 운영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건설기술인협회 회장이 상근직으로 바뀌어야한다는 김 회장의 지론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협회 내부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이미 지난 2015년 회장 상근을 골자로 하는 의안이 정기총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정관변경에 대한 국토부의 승인을 얻기까지는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결국 국토부의 최종 승인을 얻어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회장 상근제 역시 김 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과업 가운데 하나였다.


김 회장이 5월말 현재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업으로는 ‘종합교육기관’ 지정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도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건설기술인협회는 그 동안 건설기술인의 품위유지와 자질향상을 위해 자체적인 교육훈련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78만 명의 건설기술인을 특수기술인으로 양성하고, 나아가 해외건설 인력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종합교육이 필요하다. 김 회장은 새로 설립된 연구원과 함께 국토부를 상대로 종합교육기관 지정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어 지난달 국토부에 종합교육기관 지정 신청서를 제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 회장은 “국토부가 해외건설인력과 특수기술인력 양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늦어도 내달 안으로는 지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끝으로 “지금까지 협회장으로서 업무를 추진하면서 일부 갈등도 있었고 마찰도 있었지만 협회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 했다”고 말하고 “잘 따라주고 협조해준 직원들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직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1943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1966년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 현대산업개발에 입사해 상무 전무를 거쳐 대표이사 사장, 부회장을 역임한 뒤 지난 2013년 건설기술인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2016년 3월 재선에 성공, 내년 3월까지 협회를 이끌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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