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강한구 기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도심 제한속도를 시속 60km에서 시속 50km까지 하향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발표한 교통안전 종합대책에는 횡단보도 일시정지 의무, 음주운전자 처벌 강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 해외에서는 어떠한 교통안전 대책이 시행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미국은 지역 주민이 교통안전 대책을 수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안전대책을 수립하기 전 실효가 있는지도 꼼꼼하게 따진다.
네덜란드는 강력한 보행자 보호 정책을 시행한다. 특정 구역을 지정해 차량 통행속도를 시속 15km까지로 제한하고 보행자가 도로의 모든 곳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일본은 구역에 따라 세분화된 교통안전대책을 시행한다. 어린이 통학과 관련된 지역은 스쿨존, 일반 주거지역은 생활존, 노인 통행이 많은 곳은 실버존 등으로 구분해서 지정한다.

 


▣ 국토부,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 목표
도심 제한속도 60→50 하향… 횡단보도 일시정지 의무 강화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도심 제한속도 시속 60km에서 시속 50km로 하향, 횡단보도 보행자 우선제도, 음주운전 처벌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도심 제한속도는 내년부터 도로사정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독일과 덴마크의 사례를 들어 제한속도를 하향의 실효성을 설명했다.
덴마크와 독일에서 제한속도를 시속 60km에서 시속 50km까지 하향했을 때 덴마크는 사망사고 24% 감소, 부상사고 9% 감소의 효과가 있었고 독일은 교통사고 20% 감소의 효과가 있었다.
서울시와 세종시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한 바 있다.


횡단보도 일시정지 의무는 더 확대된다.
기존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만 운전자에게 일시정지 의무가 부과됐다.
이것을 변경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할 때도 일시정지토록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횡단보도가 보이면 일단 멈추도록 하는 것이다.
우회전을 할 때에도 횡단보도가 있으면 일시정지 했다가 서행하도록 하는 의무를 규정했다.
사고 위험 지역에 우회전 금지를 의미하는 적색 신호도 확대 설치할 방침이다.


음주운전자 및 상습위반자 등에 관한 처벌도 강화된다.
국토부는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혈중알콜농도 현행 0.05%에서 0.03%까지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일본·스웨덴 등 OECD 회원국의 사례를 들어 선진국 수준의 단속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또 2020년에는 상습음주운전자에게 음주운전 방지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차량에 시동을 걸기 전에 알콜농도를 측정해 음주가 감지되면 차량 시동을 걸 수 없도록 하는 장치다.
미국 등에서 도입돼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택시운전자의 경우 음주로 적발되면 단 1회 적발로도 자격을 취소하게 된다.


교통법규 상습위반자 등 고위험 법규위반자는 위반경력을 관리하고 처벌도 강화한다.
법규 1회 위반자보다 10회 이상 위반자의 사고위험이 2배 이상 높다.
국토부는 연 10회 이상 법규 위반자를 상습위반자로 지정할 계획이다.
상습위반자는 현행 과태료만 부과하게 돼 있지만 내년부터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부과되는 범칙금이 너무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장소 시간 위반자의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차등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난폭운전, 보호구역 내 사고에 대해서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대상에서 제외해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했다.

 


▣ 미국, 지역 주민과 함께 안전대책 수립
뉴욕 도심 제한속도 32km 하향… 주민 참여가 핵심

 

미국은 지자체에서 수립한 도로교통법을 지역공동체마다 수정·보완해 적용하고 있다.
이것을 ‘지구단위 교통관리 프로그램’이라고 부르는데 지역 주민의 호응이 프로그램 수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시작단계부터 주민협의체를 구성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있기 때문이다.


지구단위 교통관리 프로그램은 지역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적용된다.
뉴욕시는 지난 2008년부터 보행자안전법을 제정해 매년 안전취약지대 20여 곳을 선정하고 집중 관리한다.
2011년부터는 Neighborhood Slow Zone 제도도 추진하고 있다.
Neighborhood Slow Zone은 직역하면 ‘인근 서행 구역’이라는 의미로 인구거주지역의 통행속도를 제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또 뉴욕시가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Vision Zero 정책에는 도심지역 자동차 제한속도를 시속 30마일(48km/h)에서 시속 20마일(32km/h)로 낮추는 방안이 포함돼있다.


뉴멕시코주 엘버커키시는 지구단위 프로그램을 수립할 때 △비물리적기법 △속도제어기법 △통행량제어기법 등 3가지 기법을 상황에 맞게 적용한다.
비물리적기법은 단속, 시민교육, 제한속도 표지판 설치 등 비교적 예산이 적게 들고 강제성도 낮은 기법이다.
속도제어기법은 과속방지턱, 고원식 교차로 등을 설치해 감속을 유도하는 기법이다.
고원식 교차로란 교차로를 연결도로보다 높게 쌓고 포장 등을 다르게 해 운전자에게 자연스러운 감속을 유도하는 것이다.
또 교통섬을 설치하거나 도로폭을 축소하는 등 도로구조를 일부 변경하기도 한다.
통행량제어기법은 가장 강제적인 교통안전대책으로 도로구조를 물리적으로 변경해 통행속도는 물론 교통량까지도 제어하기 위한 방법이다.
도로의 완전폐쇄 혹은 부분폐쇄, 사선분리대(Diagonal Diverter) 설치 등이 통행량제어기법에 해당한다.
사선분리대란 교차로를 대각선으로 막아 우회전 혹은 좌회전만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은 사선분리대에 가로막혀 직진으로 교차로를 통과할 수 없게 된다.


앨버커키시는 지구단위 교통관리 프로그램을 수립할 때 적용할 교통관리기법을 8가지 세부항목으로 평가한다.
각각의 기법이 교통안전 개선에 실제로 얼마나 기여하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평가항목은 속도, 통행량, 통과, 사고, 소음, 비용 등이다.
이 같은 관리를 통해 지구단위 교통관리 프로그램이 각 지역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수립되도록 한다.

 


▣ 네덜란드, 특정구간 시속 15km 제한
본엘프 지정되면 도로에서 공놀이도 가능… 차가 양보해야

 

네덜란드는 주택가 구역을 본엘프(Woonerf)로 지정해 생활권 도로의 교통안전을 도모한다.
본엘프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생활의 터전’과 유사한 의미다.

본엘프로 지정된 구역은 자동차도 통행할 수 있지만 사람도 도로의 모든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차량의 통행속도는 시속 15km로 제한된다.
이 같은 차와 사람의 공존을 위해 운전자의 모든 권리를 다른 도로 이용자보다 하위에 뒀다.
보차도 구분을 위한 연석도 없다.
주차도 특정한 주차가능표시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네덜란드는 주거지역, 도시 중심부 및 학교 등 전국적으로 6000곳 이상을 본엘프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20%가 본엘프로 지정된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본엘프로 지정하기 어려운 보다 광범위한 구역에 대해서는 존30을 운영한다.
존30에는 속도제한표지, 과속방지턱 등이 설치된다.
네덜란드는 1983년부터 존30 사업을 시작해 2008년에는 주거지역 도로의 85%를 존30으로 지정했다.

 


▣ 일본, 생활도로 규정하고 구역에 맞는 안전대책 시행
스쿨존 생활존 실버존 커뮤니티존 등 세밀한 지정구역 운영

 

일본은 생활도로를 별도로 규정하고 각 구역의 특성에 맞춰 서로 다른 안전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주로 폭 5.5m 미만의 도로를 생활도로로 규정하고 있다.
생활도로에는 스쿨존, 생활존, 실버존, 커뮤니티존, 안심보행 에어리어 등의 안전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스쿨존은 197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일방통행, 대형차량 통행금지, 일시정지, 최고속도 규제 등이 주요 내용이다.
반경 500m 범위 내로 지정된다.


생활존은 주거지역, 상점가, 기타 일상생활에 관련된 지역에, 실버존은 고령자 통행이 많은 지역에 각각 지정된다.
안전표지 등으로 길 가장자리를 표시하고 통행금지, 일시정지 등의 교통규제를 실시한다.
자전거 안전 확보를 위해 주차금지 규제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안심보행 에어리어는 경찰과 도로관리자가 연계해 지정한다.
지정 대상 지역은 보행자 혹은 자전거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긴급대책이 필요한 주거계 지구 등이다.
일정기간 동안 보행자·자전거 사고건수가 1㎢당 12.65건 이상이거나 인구집중지역이면 지정된다.
안심보행 에어리어로 지정되면 공안위원회는 속도규제, 차량통행금지 등의 안전대책을 시행한다.
또 규제표식의 크기를 키우거나 더 밝게 만들고 신호등도 신설한다.
광비콘, 교통정보판 등으로 도로교통정보도 제공한다.
도로관리자는 교차로를 개선하고 보도 및 통행로도 정비한다.
도로에는 조명설치, 컬러포장, 방호책 설치 등 보행공간을 마련하고 차량속도를 억제하는 도로구조도 적용한다.


일본은 이 같은 제도와 더불어 존30, 통학로 점검, 데이터 수집 등 교통안전대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존30은 보행자 등의 통행을 최우선으로 하고 통과교통은 억제하는 개념이다.
지역주민의 합의를 얻어 지정구역 내의 최고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한다.
다른 안전대책도 지역주민 의견, 재정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통학로 점검은 국토교통성, 문부과학성, 경찰청이 연계해서 시행했다.
2012년 4월 교토에서 통학로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유사한 교통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이 계기가 됐다.
도로관리자, 학교, 교육위원회, 경찰, 일본학부모협회(PTA) 등이 전국 2만여 개 초등학교의 통학로를 긴급합동점검했다.
점검을 통해 대책이 필요한 곳 7만5000곳을 도출해 2012년 말까지 60% 가량 조치를 완료했다.


일본은 프로브데이터, 드라이브레코더 데이터를 교통안전대책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
프로브데이터란 차량의 위치, 시간, 전후좌우의 가속도 등을 수치로 기록한 것으로 자동차제조업체가 수집하고 있다.
일본 사이타마현과 Honda는 프로브데이터를 활용해 급브레이크 발생 지점을 추출해 교통안전대책을 검토·정비하고 있다.
드라이브레코더 데이터는 물류사업자 등이 활용하고 있는 데이터다.
일본은 이 데이터에서 사고위험이 높은 장소를 추출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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