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 세불이십년(權不十 勢不二十年)이라.”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10일 지나면 시들고, 제아무리 권세가 막강하다한들 오래 누리지는 못한다하는 말이다. 삼대 재벌(三代 財閥) 없고, 삼대 거지 없다는 말도 있다. 옛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는 걸 입증이라도 하듯, 재벌가에서는 언제나 삼세(三世)가 문제를 일으킨다.


한진家 조현민씨의 소위 ‘물벼락 갑질’은 금은보화의 장벽에 둘러싸여 서민들이 사는 세상과 단절된 데서 비롯된 사건이다. 물벼락 갑질이 한진그룹을 겨냥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이 뻔한 결론을 행위 당사자만 모르고 있었으니 이는 무지(無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세상을 파악할 줄 모르는 정세판단의 무지, 섬김의 리더십을 모르는 안하무인, 집안에서만 똑똑하고 세상에서는 인정받을 수 없는 헛똑똑이의 실체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무지로 인해 옛 성현의 말씀을 새겨들을 줄 몰랐던 것 외에도, 가난한 백성들의 평범한 꿈과 그 꿈의 실현을 위해 좇아가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감지하지 못하는 무지함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선거공약에서 “이제 재벌 대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폐기할 때”라는 공약을 발표했다.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재벌 옥죄기는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빵 장사든 통닭 장사든 서민을 울린다 싶으면 가차 없이 처단해왔다. 유신시대와 5공화국 시대를 살아왔으나 이처럼 서슬이 시퍼렇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갑남을녀 기자나부랭이가 이렇게 느끼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재벌가에서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니 감각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진다.  


문제는 한 사람의 무지에서 비롯된 행동이 한 사람의 처단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富)는 존중받아야 하고 부를 이루기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을 통해 더욱 부강해지고, 나아가 해외 경쟁력이 강화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발전 성장해 간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부는 처단의 대상이고, 부는 갑질의 원흉이라는 반자본주의 사상이 확산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버린 것이다.


실제로 재벌 삼세가 아닌, 공평한 출발선상에 섰더라면 조현민씨가 과연 한진그룹 입사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을까. 이것이 한진그룹에 몸담고는 있으나 조씨의 행동을 곱지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대한항공이나 진에어 HS애드 등 기라성 같은 기업의 입사시험에 그녀가 합격할 수 있었을까 라는 것이다. 설령 필기시험에는 합격했다하더라도 ‘35세 여인이 물벼락을 날리는 인성’으로는 최종 면접에 통과할 수 없었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견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벌비리에 칼끝을 겨누고 있다. 더욱이 배고픔보다 배아픔을 달래주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시대의 화두가 “평등 공평한 세상에서 다 같이 잘 살자”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와 배분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자칫 자본주의와 배치되는 정책을 펼칠 수도 있어, 감시와 견제를 늦추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 이번 한진家 재벌 삼세의 갑질 사건은 안하무인이 빚어낸 실로 뼈아픈 참극이 아닐 수 없다.


6.25 전쟁 폐허의 잿더미에서 일으켜 낸 한강의 기적 뒤에는 걸출한 기업가의 창업 정신, 자갈밭에서도 살아남을 줄 아는 ‘자본주의 정신’이 있었다. 그들이 일으킨 대기업, ‘규모의 경제’가 해외 경쟁력의 모태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어, 그 뛰어난 창업주의 공적이 말살된다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더욱이 지금 해이해진 재벌가에서 제2 제3의 조현민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럴수록 문재인 정부의 반재벌 정책은 국민정서를 등에 업고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자본주의를 지키고 국가와 민족의 대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기업은 물론 국민 개개인의 도덕 재무장 운동이 시급한 실정이다.  

 

2018년 4월 24일
조관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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