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국토교통부를 통해 건설기업에 현금 출자를 강요하는 것과, 이전 정부가 최순실을 통해 기업에 ‘삥 뜯기’를 한 것과 뭐가 다릅니까.”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숨죽여 오던 건설기업이 최근 불만의 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SOC예산 삭감정책에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대기업 때리기 정책에도 묵묵히 버텨내던 건설기업이 갑자기 불만의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불만의 기폭제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17일 배포한 ‘해외건설 수주지원 정책펀드 운영 관련’ 자료였다.
이 자료에서 국토부는 “글로벌인프라펀드(GIF)와 한국해외인프라펀드(KOIF)는 민간이 수익을 좇아 자발적 참여한 것”이라고 적시한 게 도화선이 됐다.
실제로 국토부는 이 자료에서 “GIF와 KOIF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직접 금융을 조달하여 시공하고, 운영 수익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형태의 사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건설기업 관계자는 ‘수익을 좇아 자발적으로 참여’한 게 아니라 국가의 정책추진에 협력하는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참여’한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 2월 12일 건설기업으로 구성된 산하 민간단체에 공문을 보내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설립을 위한 초기 자본금으로 300억원의 출자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의 출자요청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기업의 현주소이다.
때문에 출자요청을 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지, 출자요청 공문을 보내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고심에 빠진 해당 단체는 △자본금 출자의 특성상 단기회수가 곤란하다 △해외개발사업의 높은 리스크를 감안, 손실 가능성이 크다 △주주배당으로 회수한다고 가정해도 40년 이상 소요된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체는 출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부랴부랴 정관을 개정하고, 300억원으로 한정해 출자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출자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정관변경과 함께 당해 출자 건 손실에 대해서는 임원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정관변경안도 동시에 마련했다.
손실가능성과 낮은 배당수익 등에도 불구하고 이 단체는 △정부의 해외건설 활성화 정책에 협조하고 △중소중견 기업의 해외동반진출을 활성화함으로써 건설산업 발전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자는 취지의 무늬를 입혀 지난달 27일 총회의결을 통과시켰다.


무늬는 그러했으나, 내막은 ‘정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춘다’는 것이었다.
건설기업의 이 같은 협력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의 인식은 “민자사업처럼 운영수익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라는 인식에 건설기업의 실망이 컸다.
더욱이 △최저임금제 시행 △근로시간 단축 △법정공휴일 확대정책에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는 상태에서, 같은 말이라도 “정부정책에 협력하는 건설기업”이라는 인식과 표현이었으면 얼마나 좋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건설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협력하는 기업이미지를 얻고 싶은 열망에 국토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정부와 기업의 협업을 통해 특히 북한지역에 대한 인프라 개발 및 지원 활성화로 건설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가 출자를 요청한 기관은 이곳 민간 건설단체 300억원 외에도 △한국수출입은행 300억원 △LH공사 292억원 △한국철도공사 219억원 △한국도로공사 203억원 △한국수자원공사 203억원 △인천공항공사 176억원 △한국공항공사 113억원 △한국철도시설공단 63억7000만원 등 모두 1869억7000만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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