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김경한 기자] 제주공항은 지난 11일 기상악화로 활주로가 세 차례나 폐쇄되는 사태를 겪었다.

승객 2500여명이 결항으로 밤을 지샜지만 당시 하루 적설량은 5.5cm에 불과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22일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여객기를 운항할 수 있는 활주로가 단 한 개밖에 없다는 것이 최대의 취약점으로 드러났다.

2개 이상의 활주로를 갖춘 공항들은 한쪽에서 제설작업을 하면 다른 한쪽에서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제주공항은 활주로 용량 대비 교통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2공항 건설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토부가 논의 중인 곳은 성산읍 신산리 일대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2월 말쯤 업체를 재선정하고 타당성 재조사를 실시한다.
올해 말에는 기본 계획을 수립한 후 2025년까지 제2공항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2025년까지 7년의 기간 동안 제주공항이 결항 사태를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또다시 5.5cm의 적설량과 영하의 날씨, 적당한 돌풍이 맞물리면 승객들은 영락없이 제주도에 갇히게 된다.
육지와 떨어진 제주공항은 다른 공항과는 달리 대체 요소가 많지 않다.
제2공항의 건설 지연과 더불어 KTX가 제주와 전남 사이를 오간다는 해저터널은 잠정 보류 상태다.
하루 빨리 7년의 기간을 극복할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 추철규 서기관은 공항의 결항사태는 단지 적설량으로 평가할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항공기 이착륙에 있어 중요한 점은 마찰계수라는 것.
추 서기관은 “그날 적설량은 적었지만 기온이 낮고 돌풍이 불어 제설작업을 하고 나서도 활주로 표면이 금방 얼어버렸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활주로 마찰계수가 0.4 이상이면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다.
하지만 제설작업 후 항공기를 움직여 본 조종사들은 활주로가 얼었다며 재작업을 요청했다.
승객의 안전을 담보로 미끄러운 활주로를 이륙하는 모험을 감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통계자료도 제주공항은 강설에 의한 것보다 돌풍으로 인한 결항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제주공항의 지난해 기상원인으로 인한 결항 편수 중 강설과 시정은 각각 27편과 15편인 반면, 바람은 95편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주공항에 활주로가 증설될 때까지는 이같은 불편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다만 활주로가 눈과 강풍에 결빙되지 않는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해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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