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다뤄진 이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그러나 미국, 독일 등의 선진 국가에서 진행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은 주로 제조업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건설업에 관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일본 국토교통성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교통, 부동산, 인프라, 건설, 물류 등의 분야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20대 생산성 혁명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이를 진행하고 있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90년대 초반에 버블경제가 붕괴된 후 일본의 건설산업은 지속적으로 축소돼왔다. 그러나 2011년에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후 대대적인 복구공사가 시작되고, 2013년에 2020 도쿄 올림픽 개최가 결정되면서 주경기장 건설을 비롯해 주변 지역의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일본 건설산업은 호황을 맞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 내부에서는 낮은 출산율, 고령인구 증가 및 젊은 층의 건설산업 기피현상으로 인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일본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 약 500만명의 건설업 취업자 가운데 118만명이 60대이며, 20대 이하는 54만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지 않는 일본 건설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게 되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예상하고 1980년부터 지속적으로 다양한 건설자동화 기술을 연구 및 개발해왔다. 그 중에서도 여성과 학생 등 중장비 조작에 서툰 비숙련 작업자가 운전해도, 중장비가 오히려 작업자를 보조하면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MG(머신 가이던스) 기술이 완성단계에 도달했다. 국토교통성은 마침내 2016년 이 기술을 중심으로 한 ‘i-construction’을 공공공사에 실전 투입했다. 건설산업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일본 국토교통성의 사례는 우리 모두에게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슈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통해서 우리가 필요한 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수많은 연구와 보고서가 발표되고 있지만, 그 결과물들이 4차 산업혁명의 개념연구에 집중돼 있을 뿐, 미래 한국 건설산업의 방향성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슈를 건설산업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건설산업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슈 자체에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활용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


지피지기이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우선 우리 건설산업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이어서 4차 산업혁명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장기적이고 단계적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지금 세계적인 이슈인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소화한다면 단언컨대 한국 건설산업은 앞으로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8월 1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조재용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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