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특별기획 / 청년실업과 일자리 창출 정책의 명암 

 

<글 싣는 순서>

① 일자리가 없다 VS 일할 사람이 없다
②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또 다른 불평등 초래
③ 일자리 창출-부가가치 상승, 동시 고려해야 

④ 구직자 99%가 대졸자, 대입체계 개편해야 

 

 

[국토경제신문 조관규 기자] “청소라는 동일한 업무를 하더라도 소속에 따라 급여와 여가수준이 다릅니다.”
김포한강신도시 K아파트 2개동과 지하 1·2층 주차장 일정 구간에 대한 청소를 맡고 있는 K모씨(여·45). K씨는 비정규직으로서의 처지는 같으나 인천공항을 청소하는 사람은 신선놀음인 반면, 아파트를 청소하는 사람은 최악의 막노동을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K씨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상관없으니 공공청사나 삼성사옥 같은 곳에서 근무했으면 좋겠다고 1일 밝혔다.


K씨는 570가구 규모 아파트 다섯 개 동의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와 지하주차장 할당구역 등을 6명이 담당, 막노동 같은 청소일을 한다. 한 달 급여는 104만원. 110만원인데 용역회사에서 용역수수료 등 이것저것 떼고 실수령액 104만원을 손에 쥔다고 했다. 최저임금 1600여만원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환경미화원의 경우 여객터미널 담당 431명, 탑승동 및 부대건물 담당 223명, 탑승동 전담 121명 등 775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연봉은 3102만6000원. 똑같은 환경미화 업무를 하고도 누구는 3100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조만간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급여도 더 올라간다.


차별의 격차가 더 커지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하고, 이를 실천할 곳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틀 뒤인 지난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제로(zero) 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했다.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1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 협조하겠다는 차원의 답변이 아니라 “앞장서서 시행하겠다”는 강한 실천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해마다 국정감사 때만 되면 인천공항공사 청사 정문에는 ‘비정규직,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피켓시위가 벌어졌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주문은 야당의원들의 국감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경영진은 “근로 특성과 경영 여건을 감안해 어려운 점이 있다”는 답변을 되풀이해왔다. 그러나 정 사장의 이날 대통령 앞에서 “1만여명 비정규직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답변, 직원들의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1만여명은 현재 비정규직 6800명에다 연말 완공될 제2여객터미널에 투입될 비정규직 3000여명을 미리 포함한 수치다.


이 답변을 계기로 공기업 고용시장은 크게 술렁였다. 특히 같은 처지의 공기업 사장은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이들은 대체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니 따라야 하지만, 장차 기업의 재무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해야 할지 염려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정 사장이 자수성가로 일으킨 사업체라면 저런 대답 못 한다”는 비난도 쏟아냈다. 이웃 한국공항공사 한 간부는 “낙하산으로 온 사람들이 이곳 속사정에 대해 뭘 안다고 저런 대답을 하느냐”며 “그러니 관피아 정피아 등 낙하산을 없애고 이곳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사장이 돼야한다”고 불평했다.


반대로 이 결정에 찬성하는 쪽 사람은 “국가에서 세금으로 다 지원해 줄 텐데 낙하산 사장 따위가 사치스럽게 무슨 고민을 하느냐”며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척 유난떨지 말라”고 쏘아붙인다. 심지어 정권도 바뀌었는데 코드가 안 맞으면 떠나야지 자리 남아서 무슨 ‘보수골통 짓’이냐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이러는 와중에 그동안 골칫거리로 남아 있던 비정규직 문제를 이번 기회에 해결해버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곳도 있다. 이런 움직임은 비정규 계약직이 수시로 필요한 공기업에서 노골화되고 있다. 국가의 1급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 업무를 맞고 있는 한국시설안전공단의 경우 업무 특성상 비정규직 계약직 인원이 수시로 필요한 상황이다. 점검업무가 발생하면 투입인원이 증가하고 점검이 끝나면 거의 할 일이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설안전공단은 상근계약직 170여명과 위촉 계약직 20여명 등 190여명의 비정규직 계약직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시설안전공단이 최근 ‘일자리 위원회’와 실행조직인 ‘일자리 창출추진단’을 발족했다. 공단 관계자는 “새 정부 핵심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제로화 달성을 위한 것”이라고 자랑했다. 이 밖에 한국공항공사 LH공사 한국감정원 등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들이 속속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동참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공기업의 비정규직 사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은 같은 직종의 사기업 소속 비정규직 사원과 또 다른 불평등, 큰 폭의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천공항공사가 앞장서고 다른 공기업들이 따르는 실정이다. 더욱이 현재 시점 공기업과 용역계약이 체결된 업체 직원들만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현 시점 용역계약에서 탈락한 업체 소속 직원들은 이곳 일자리는 영원히 잃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임금상승 효과로 경영여건이 악화되는 문제는 별도로 치더라도 공기업 소속 비정규직보다 더 소외받은 비정규직, 하소연할 곳도 없는 비정규직이 사회 곳곳에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이들과의 형평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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