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범영수 기자] 대선후보들의 공약이 건설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상호)은 26일 서울시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대선후보 건설·주택분야 공약 점검과 과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건산연 이상호 원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건설산업을 위한 대선 후보들의 정책 공약이 상당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특히 후보들의 인프라 투자 및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규제강화 흐름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핵심규제 50% 폐지 같은 획기적인 규제개혁 방안도 찾아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하고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선후보들, SOC투자에 부정적  

 

첫 번째로 주제발표에 나선 건산연 김영덕 연구위원은 후보들이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통적인 공약을 내세우고 있으나 건설산업관련 공약들이 충분히 제시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후보들의 SOC 관련 공약에서 △지역별 SOC사업의 구체성과 실현성 부족 △부정적인 SOC사업 재정 지출 확대라는 2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후보들이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는 지역별 SOC사업 대부분이 기존에 논쟁이 심하거나 경제성 문제로 보류됐던 사업으로 구체성과 실현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노후인프라 및 지역별 구도심 활력 제고라는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대통령 임기동안 집중적인 투자만으로 대규모의 사업들이 실현 가능하냐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며 “오히려 지역 국토의 균형발전 측면에서 우선순위 확보 문제와 법률 제정, 재정조달 등 사업들에 대한 중장기 비전을 어떻게 나타낼 것이냐는 공약이 실천성 있게 나타났다면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산업생산 구조에 대한 공약에는 대부분의 후보들이 하도급정책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근절 공약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와 삼진아웃제를 확장시킨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공정위 권한 확대 및 전속고발권 폐지 등이다.

김 연구위원은 “건설산업과 같이 생산체계가 복잡한 산업에 있어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든지 집단 소송제 등이 도입되면 굉장히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주요 건설사들의 소송만 3조원에 육박한다며 “분쟁조정으로 갈 것도 이같은 제도들로 소송으로 가면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 산업 내의 상생 유도를 위한 공약이 전무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후보들의 공약이 대부분 사후적 조치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것이다.

 

또 공정위 권한강화 및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 김 연구위원은 “이미 공정위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며 “검찰 못지않는 권한을 가진 이 조직에 더욱 권한을 강화하면 기업의 투자활동과 고용활동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조직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세분화된 중소기업 육성프로그램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균형이 아닌 성장에 일차적 초점을 맞춰야한다”며 “강제배분성 관련 공약이 많은데 이런 것으로는 기업의 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부문에서는 구체적 비전제시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연구위원은 “조직 신설, 혹은 인재양성과 같은 구체적인 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규제분야에서 김 연구위원은 규제완화 및 폐지와 관련된 공약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규제완화 없이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활성화는 있을 수 없다”며 “후보들의 규제 강화 움직임은 대표적 규제요람이라고 불리는 건설산업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주택 세제개편 신중 기해야 

 

대선 후보들의 주택·부동산 및 도시부문 공약을 분석한 건산연 이홍일 연구위원은 문재인 후보의 도시재생 50조원 투입 공약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후보들의 도시재생관련 공약에 대해 “바람직하다고 평가하지만 공공재원 위주의 투자가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LH의 경우 80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고 SH도 부채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재원만으로 조달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 외에 민간을 포함한 여러 주체들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공공임대주택 공약과 관련해 이 연구위원은 “청년·신혼부부에 초점이 집중되고 있어 정책수혜 대상의 불균형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이 임대주택 공급대상을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춰 공급하고, 민간은 다양하고 질이 좋은 임대주택 공급에 초점을 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재원조달 문제에 있어서 문재인 후보의 보유세를 거론했다.
이 연구위원은 “보유세 가치가 최고일 때와 대비해서 1조원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며 “20조원이 필요한 임대주택 공급에서 이것만으로는 모자라기에 민간 자본 투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내세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 연구위원은 “계약갱신청구권의 경우 기존 세입자에게는 좋겠지만 신규 세입자를 위한 집이 부족할 수 있는 수급불균형 현상이 초래돼 전체적인 임대료가 올라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거급여 문제와 관련해서는 후보들의 공약 대부분이 현금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바우처를 통해 실질적으로 주거에 자본이 투입되도록 해야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부동산 세제 부분에서는 일부 후보들이 보유세 등 세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참여정부 때 재산세 및 종부세를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주택건설 실적 추세에서는 하락국면에 진입했다”며 세제 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주택시장은 과잉공급, 가계부채 등의 문제로 하락국면 진입 직전”이라며 “물론 조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시기와 수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유승민 후보의 1인 가구가 실거주 목적으로 소형주택을 구입했을 때는 취득세를 면제하겠다는 공약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실거주 목적이라는 것이 애매할 수 있다”며 수혜대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심상정 후보의 임대소득 종합과세 공약에 대해서는 “민간 임대주택 공급의 감소가 있을 수 있고, 임대료 전가현상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총량제와 관련, 이 연구위원은 “문재인 후보가 150%로 관리하겠다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후보의 공약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총부채상환비율을 강화하면 젊은 층은 소득이 없기에 자가 소유에 제약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전체총량관리보다 채무불이행이 높은 소득계층을 대상으로 선별적 적용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건설산업 공약 미흡 아쉽다

 

이어 진행된 종합토론 시간에는 토론자들 대부분이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후보들이 건설산업과 관련된 공약에 소홀하다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 한승헌 교수는 “다섯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고 전반적으로 느낀 것은 외부와 내부의 시각차가 크다”며 “건설업계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에 일반 국민들이 크게 동의하지 않기에 대선주자들이 표가 되는 방향으로만 공약 사항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톨릭대 김명수 교수는 “건설이라는 것은 인프라 투자인데 재원에 대한 문제는 소극적이고, 주거문제는 국민들의 표를 받을 수 있기에 적극적”이라며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명지대 이상영 교수는 도시재생과 공공임대, 서민주거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대상도 청년과 신혼부부 에 맞춰져 있어 균형있는 공약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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