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정찬필 기자]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모래가 사라졌다.

 

남해안 배타적경제수역(EEZ) 모래 채취 허가를 놓고 정부와 어민들 간의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지역 건설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모래 채취는 지난달 16일부터 중단됐다.

남해안 모래 채취는 2008년 처음 시작돼 네 차례 기간이 연장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까지 임시 연장된 채취 기간을 한 차례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어민들은 반발 중이다.

 

갈등을 조율해야 할 정부 부처와 관계 기관들의 협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남 통영에서는 부산·경남 지역 10개 수협, 수협중앙회, 대책위,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수 시간에 걸쳐 비상대책회의를 가졌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건설업계 우려에도 불구하고 모래 수급난은 장기화되고 있다.

모래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가격은 치솟고 막대한 공사비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통영에서 남쪽으로 70㎞ 떨어진 남해 EEZ에서 채취되는 모래를 써 왔다.

업계에 따르면 이 지역의 연간 모래 사용량은 2000만㎥에 달한다.

 

지난해 남해 EEZ에서 채취된 모래는 이 지역 연간 모래 사용량의 60%(1200만㎥)에 해당한다.

특히 부산 지역은 이곳 모래에 100%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더욱 심하다.

 

남해 EEZ에서 채취한 모래는 1㎥당 1만3000~1만8000원에 공급됐다.

하지만 부족한 모래를 보충하기 위해 서해 EEZ(전북 군산 90㎞)의 모래를 비싼 값에 들여오면서 모래 가격은 1㎥당 2만5000~3만2000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이마저도 운반거리 등의 문제로 사흘에 한 번 밖에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다.

 

모래 채취 허가권은 골재채취법상 국토부가 보유하고 있다.

다만 허가 전에 해수부와 협의토록 돼 있다.

 

협의 실패 이유는 채취량에 대한 입장차 때문이다.

국토부는 연초에 고시된 ‘2017년도 골재수급계획’에 근거해 1200만㎥ 규모 채취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해수부와 어민들은 어장 파괴 등을 이유로 500만㎥ 이하로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민들은 과도한 모래 채취로 산란장이 훼손되고 어장이 황폐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해안 침식으로 해수욕장 면적이 줄면서 돈을 들여 모래를 사서 메꾸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모래 채취가 한달 째 중단됨에 따라 부산·울산·경남 지역 레미콘업계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레미콘의 원료가 되는 모래의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공장 가동 감소는 물론 생산 중단이 늘고 있다.

 

건설현장의 피해도 늘고있다.

건설 공사 차질이 계속될 경우 지연에 따른 입주 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모래 부족으로 불량 자재가 유통될 경우 부실 시공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모래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부담은 고스란히 건설사가 떠안아야 한다”며 “매년 반복되는 문제인 만큼 새로운 골재원을 개발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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