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조관규 기자]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지난 12일 7억원대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하고 대한전문건설협회를 전격 압수수색한 가운데 이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경찰은 전건협이 조성한 비자금이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에게 불법 후원됐다는 첩보를 받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사의 불똥이 친박계 국회의원으로 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실제로 압수수색에 앞서 전건협 간부들이 판공비 등으로 마련한 비자금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친박계 모 의원에게 불법 ‘쪼개기’ 후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단체와 법인은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돈을 주는 것도 불법이다.
더욱이 후원금이 불법으로 조성된 비자금에서 나왔다면 횡령과 배임죄까지 가중 처벌될 수 있다.


경찰은 “500만원씩 쪼개서 4명의 이름으로 후원금 계좌로 들어갔다. 특히 후원액 한도인 500만원을 넘기지 않기 위해 가족이나 직원 이름으로 후원금을 쪼개서 기부했다”는 건설업계 주변 이야기를 토대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건협이 이처럼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는 데는 전현직 임원진들의 불화와 세력다툼이 원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건협은 도장·방수 등 전문건설업 면허를 가진 회원들로 구성된 이익단체로, 회원수는 4만명 가량이다.
그러나 협회 운영을 두고 지난해 10월 선출된 신홍균 회장 등 협회 현직 간부들과 전직 임원들이 잦은 세력 다툼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전직 박덕흠 회장 측과 표재석 회장 측 간의 불화도 잦았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박 회장은 국회의원으로 신분이 격상된데다 특히 친박계 의원으로 분류되면서 반대편에 섰던 세력이 느끼는 소외감이 컸던 것은 당연한 귀결.
더욱이 신임 신 회장은 전임 박 회장과 소통이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표 회장 측 사람의 박탈감이 컸다는 게 전건협 주변의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열린 전건협 32회 정기총회 과정에서는 일부 대의원과 각 시·도회 회원들이 욕설과 몸싸움까지 벌이는 등 파행을 겪기도 했다.
특히 이날 안건 가운데 중앙회 회장과 각 시·도회, 업종별협의회 회장 임기를 기존 4년 단임제에서 3년에 1차 중임으로 바꾸기로 한 ‘정관 일부 변경(안)’은 결국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총회 시작 전부터 ‘회장 임기 변경’에 대해 반대하는 회원들의 시위가 격해지면서, 총회에 참석한 일부 대의원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바람에 의결 정족수가 미달돼 안건으로 상정하지 못한 것. 
기존 4년의 임기를 3년으로 하되 연임하든 중임하든 3년을 다시 하게 되면 6년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인데, 이같은 안건을 거수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전건협 회원들은 ‘거수투표’로 임기변경안을 처리하겠다는 집행부의 발상 자체가 코미디라며 특히 정관 변경이라는 중대차한 문제를 거수투표라는 ‘꼼수’로 개인적 영욕을 채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일련의 불협화음이 경찰의 이번 압수수색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전문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그러나 꼭 소외 세력이 제보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협회의 이런 현실에 염증을 느낀 중간자적 입장의 회원이 협회의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내린 결단일지도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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