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조관규 기자] 대통령 연설문에 민간인이 개입한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지난해 경원선 철도 복원사업 기공식에서 오류로 보여지는 당시의 대통령 축사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8월 5일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 역에서 열린 경원선 복원사업 기공식 축사에서 “복원사업 준비에 애써주신 코레일 관계자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치하했다.


당시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VIP의 축사에 당황했다”며 “한동안 귀를 의심하다가 맥이 탁 풀렸다”고 그때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철도건설은 철도공단이 담당하고, 시설 완공 이후 여객 수송과 철도운영 등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담당하고 있다.


행사를 끝내고 회사로 복귀한 철도공단 관계자들은 비공식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코레일을 띄우기 위해 일부러 하신 ‘고도의 통치행위’였다. 아니다 스피치라이터의 실수였을 것이다”를 두고 논쟁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VIP 연설문은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 나오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스피치라이터의 실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히 VIP 연설문은 ‘민생’이라는 단어가 몇 번 언급되는 지까지 해외 언론 등에 보도되기 때문에 실수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그런 결론에도 불구하고 당시 철도공단 관계자들은 “철도를 누가 건설하는지 국민이 몰라줘도 상관은 없으나, 건설 현장에서 땀을 뿌리고 있는 부하직원들에 대해서는 면목이 없다”며 “뭐가 잘못돼 이런 결과가 초래됐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었다.
이후 철도공단에서는 공단의 역할을 일반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철도건설공단’으로 명칭을 변경하자는 논의가 확산되기도 했다.

 

아직도 청와대 홈페이지에 기록물로 남아 있는 ‘경원선 복원 기공식 축사’ 동영상에는 “복원사업 준비에 애써주신 코레일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재현되고 있다.

 

이를 두고 다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청와대 참모진들이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허술하지는 않다”고 전제하고 “연설문은 완벽하게 작성되었으나, 작성 이후 비전문가의 손에 의해 수정 변형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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