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한성원 기자] 충남 서북부지역에 물을 공급해 가뭄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보령댐 도수로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625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서로 떠넘기려는 공공기관들의 행태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보령댐 도수로는 금강 백제보 하류와 보령댐 상류를 연결해 하루 최대 11만5000t의 물을 보령댐에 공급하는 시설이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서산, 보령, 홍성 등 충남 서북부 지역의 유일한 수원인 보령댐의 저수율이 20%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국가정책조정회의는 도수로 건설을 결정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지난 1월 말 관로 21.9㎞와 취수장, 물처리시설, 가압장 2곳 등 보령댐 도수로 시설공사를 마쳤다.
공사는 대우건설이 맡았고, 사업비는 총 625억원이 투입됐다.


문제는 올 들어 해당 지역에 비가 많이 내려 보령댐의 수위가 회복되면서 시작됐다.
보령댐의 저수율이 20%대에서 약 50%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도수로가 필요 없게 된 것.
이에 따라 보령댐 도수로는 지난 3월 18일을 기해 가동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도수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사업비 분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보령댐 도수로 건설 사업은 당초 4대강 사업을 통해 확보한 물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첫 사례라는 성과 차원에서 전액 국비로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산을 집행할 기획재정부는 도수로 시설이 수도 및 댐 시설의 일부이기 때문에 국비 투입 비율이 달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수로 설치로 인해 보령댐의 생활·공공용수 및 전기 판매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재부는 결국 도수로 건설 사업비 중 50%를 K-water가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반해 K-water는 도수로가 가뭄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사용하는 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 상황처럼 보령댐의 저수율이 회복돼 도수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기재부가 예상한 수익이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 K-water의 주장이다.
또한 K-water는 장기적으로 보령댐 도수로를 무료인 농업용수 공급에 활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령댐 도수로의 편익분석 용역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예정됐던 결과 발표 시점을 넘어선지 오래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령댐 도수로가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긴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수익 발생이 예상된다면 일반 수도시설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국비만으로 사업비를 충당할 수는 없다”며 “기재부의 주장처럼 K-water가 사업비의 50%를 분담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향후 활용도를 감안해 국가 부담을 늘리는 차원에서 사업비 분담률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국토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