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한성원 기자] 굴삭기 등 건설기계의 수급조절 여부를 두고 관련 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신규 공급을 제한해야 한다는 임대업계와 인위적인 수급조절이 시장원리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자유무역협정(FTA) 협약 국가와의 통상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제조업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는 지난 2007년 건설기계 임대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도입됐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건설경기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건설기계의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수급조절 대상에 포함돼 있는 건설기계는 덤프트럭, 믹서트럭, 콘크리트펌프트럭 등 세 가지다.
수급조절 품목에 포함되면 2년간 신규 등록이 제한된다.


수급조절 여부에 대한 결정은 국토교통부 산하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이하 위원회)가 한다.
국토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산업부와 서울시 등 정부 부처, 관련 협회 등 이해관계자, 각계 전문가 등이 참여해 2년마다 회의를 개최하게 된다.


문제는 굴삭기의 수급조절 대상 포함 여부다.
위원회는 당초 지난해 열렸던 회의에서 굴삭기를 수급조절 품목에 포함할 계획이었으나 FTA 협약 국가와의 통상마찰 우려로 심의를 1년 뒤로 연기했다.
그러나 지난 22일로 예정됐던 위원회는 또 다시 29일로 일주일간 미뤄졌다.


그만큼 굴삭기의 수급조절에 대한 업계의 대립이 첨예함을 알 수 있다.


임대업계에서는 공급과잉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수급조절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굴삭기 등록 대수는 2011년 12만1847대에서 2015년 13만6244대로 늘었으나 가동률은 같은 기간 57.2%에서 47.4%로 줄었다.
2015년 기준 총 6400대의 굴삭기가 초과 공급됐다는 국토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반면 제조업계에서는 수급조절 제도 자체가 시장질서에 위배된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제조업계는 특히 정부의 수급조절이 FTA 협약 국가와의 통상마찰을 야기해 국내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중순경 세계 1위 굴삭기 제조업체인 미국 캐터필러는 건설기계 수급조절이 한·미 FTA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서한을 국토부와 산업부에 보내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건설기계수급조절제도는 위헌 논란이 있고 임대업체의 안정화라는 애초 입법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건설기계산업협회 관계자는 “굴삭기에 대한 수급조절이 이뤄질 경우 연간 1조6000억원의 매출 감소는 물론 3000∼4000명의 고용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제조업체들은 기술개발에 대한 의지가 꺾여 궁극적으로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굴삭기 공급과잉은 인정하지만 인위적인 수급조절은 FTA 위반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결국 국토연구원 연구용역 결과에 의거해 수급조절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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