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설안전공단이 올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이를 두고 공단 내부에서는 “모두가 우리들 책임”이라는 자성론과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방식 개선론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주요 임원들은 자성론을 제기하는 반면, 직원들은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평가방식 개선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차제에 공기업 평가에 대한 대대적인 제도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실제로 시설안전공단은 지난 2014년 12월 직무관련 뇌물 수수로 3명이 구속되고 2명이 불구속되는 등 공공기관으로서의 신뢰가 실추됐다.
여기에다 2014년 4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E등급을 받았다.
이 같은 악몽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한 공단은 전직원이 합심해 노력했고, 그 결과 지난해 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44억원 적자 기관이 1년만에 6억원의 흑자 기관으로 돌아섰다.
여기에다 공단이 전담 관리하는 152개 국가1급시설물에서 단 1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공단은 올 경영평가(2015년도 평가)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최하등급을 받았다. 
문제는 공단 전 직원의 노력으로 15개 항목 가운데 13개 항목에서 모두 상당한 점수를 획득했으나 △노동생산성과 △녹색건축물 조성 및 보급 항목 등 2개 항목이 최악의 점수여서 E등급으로 추락했다는 분석이다.
노동생산성은 5점 만점에 1점을 받았으며, 녹색건축물 조성 및 보급은 5점 만점에 1.9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건축물 조성보급 업무에는 △그린리모델링 지원업무와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업무로 돼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 그린리모델링 지원업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이관되는 것으로 방침이 정해졌고 실제로 올해부터 LH로 이관됐다.
이에 따라 공단은 인력을 줄이고 최소한의 인력으로 지원업무와 인증업무를 병행하는 등 순발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평가단은 ‘인력 축소로 인한 실적 감소’를 사유로 들어 5점 만점에 1.5점을 부여했다.


이를 두고 공단 한 관계자는 “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인력을 유지했다가 업무이관이 확정되면 좋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결론적으로는 순발력을 발휘하지 말고 평가를 위한 평가와, 평가단의 점수획득을 위한 경영을 하라는 옥상옥 간섭에 불과하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5점만점에 1점밖에 못 받은 노동생산성 항목에서는 부진사유가 ‘인력 109명 증가에 따른 최저점’으로 나타났다.
공단 인원은 지난해 말 현재 정원 265명에 현원 248명, 상근계약직 정원 186명에 현원 172명과 위촉 계약직 24명 등 모두 424명이 근무하고 있다. 
시설물 안전점검 업무의 특성상 비정규직 계약직 인원이 수시로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에 증가한 인원 109명 가운데 신규채용 인원 5명을 제외한 104명이 계약직(2년)이다.


공단 관계자는 “인력이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점검 업무의 특성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노동생산성은 직원 1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로 환산한다.
말하자면 1명이 얼마를 벌었는가 하는 문제다.
그러나 국가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 점검업무가 돈을 벌어들이는 업무는 아니다.
반대로 댐이나 교량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해 수천억원대의 보수비용이 발생했거나, 이로 인해 국민의 소중한 생명이 잃게 됐다면 노동생산성에서 최저점을 받아도 억울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공단의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공단이 전담 관리하는 152개 1급 시설물에서는 단 1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항변이다.  

   
익명의 공단 한 관계자는 “사물에는 수치로 환산 가능한 가치와 계량화할 수 없는 가치가 공존한다”고 말하고 “점검 등 계량화할 수 없는 가치도, 사고발생을 가정한 가상의 손실액을 정해두거나 또는 비계량적 가치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평가방법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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