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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우조선 침몰의 배후자 ‘산업은행’
2016-06-17 11:10:19

대우조선해양 차장급 직원이 횡령한 돈이 자그마치 180억원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근로자 월평균 임금이 대략 330만원이라고 하니 180억원을 벌려면 45년5개월을 꼬박 일해야 한다. 근로자 절반이 사실상 200만원 미만을 받고 있는 현실이니 180억원을 모으려면 20살부터 일해도 95살 넘어서까지 일해야 한다.


이 직원은 대부분의 근로자가 평생 만져 볼 수도 없는 돈을 빼돌려 수십억원대 건물도 사고 10억원 넘게 주식 투자도 했다. 여기에다 최고급 외제차와 명품시계는 물론 유흥비로도 어마어마한 돈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직원이 회삿돈을 횡령한 기간이 8년이라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대우조선에서는 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까? 2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8년에 걸쳐 빼돌리는데 아무도 몰랐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전에도 회삿돈을 횡령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던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우조선의 횡령사건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것은 천문학적인 부채를 안고 있는 데다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된 업체이기 때문이다. 힘들게 벌어 세금을 냈더니 그 돈으로 엉뚱한 사람이 호의호식하고 있으니 어찌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겠는가. 대우조선을 망하게 두면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그 가족에 협력회사까지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 이 때문에 공적자금 7조원을 투입했으나, 결과는 부채만 17조원이라는 것이다.


거액을 횡령한 이 직원만을 비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5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지난해 상반기 대규모 영업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격려금 명목으로 전 직원에 총 877억원을 지급했다. 또 고재호 전 사장은 2013년 흑자를 기록한 성과를 인정받아 9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았으나 최근 정정공시에서 적자로 드러나면서 적자를 내고도 거액의 연봉을 챙겨간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지난해에는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15억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로는 경영진, 아래로는 직원까지 자기뱃속 채우기에 급급했다. 경영 상태를 진단해야 할 KDB산업은행 역시 대우조선을 매개로 국민의 피 빨아먹기에 앞장선 것으로 드러나 더욱 실망스럽다. 이들의 흡혈귀 합작으로 회사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대우조선을 구하기 위해 또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이다. 정부도 대우조선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점에 있어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제는 공적자금을 주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쓰고 있는지도 잘 감시해야 한다. 국민들의 혈세가 더 이상 하이에나의 먹잇감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최지희 기자jhchoi@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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