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에는 13억명의 사람들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자연재해로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간 세계 생산량의 두 배에 달하는 158조 달러의 경제적 손실과 함께 말이다. 특히 현재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탄소가스 배출은 선진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지만, 그 영향을 받는 지역은 주로 가난한 나라들이라는 데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범세계적 대응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 기후변화, 무엇이 문제인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대기 중 온실가스는 산업혁명 이래 화석 연료의 연소 등 인간의 여러 활동에 기인해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온실효과로 인해 지구온난화의 지표인 지구표면온도는 지난 100년간 0.74±0.18℃ 상승했다.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강수의 유형도 변화하고 있으며 강수의 상당 부분이 집중호우 형태를 띠고 있다. 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유발하는 엘니뇨 현상도 그 크기나 발생 빈도 및 지속성이 1970년대 중반 이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21세기 기후변화의 가속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대량소비형의 사회가 계속된다면 지구평균기온은 최대 6.4℃상승하고, 해수면은 59cm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고온, 열파, 호우의 발생빈도는 증가하고 태풍과 허리케인 등 열대폭풍은 열대 해수면 온도 상승과 더불어 강도도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의 연평균기온은 1.7℃ 상승했으며 연강수량은 19% 증가했다. 평균기온 상승폭은 전 지구평균 기온상승률보다(0.74±0.03℃/100년)보다 높으며, 지구온난화에 따라 고온과 관련된 기후지수 발생 빈도는 증가하고 저온과 관련된 기후지수는 감소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특히 제주지역 해수면은 지난 40년간 22cm 상승했고, 이는 세계 평균보다 3배 높은 수치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진행속도는 세계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급속한 기온상승으로 집중호우 및 태풍이 빈번하게 발생해 막대한 인명 및 재산상의 피해가 초래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2127명에 달한다. 1998년 지리산에서 시작된 집중호우로 324명의 인명피해와 1조2500억원의 재산피해, 1999년 경기북부 지역 집중호우로 64명의 인명피해와 2만5000여 명의 이재민 발생, 2002년 8월 태풍 루사로 강릉지역에 하루 870mm의 비가 내려 일 최대강수량 기록을 경신하면서 인명 피해 246명, 농경지 3만여 ha 침수 등 5조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남겼다. 2003년도에는 태풍 매미로 전국에서 130명의 인명피해와 4조780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재해가 빈발하고 피해규모가 대형화됨에 따라 지구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체계가 절실한 상황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국제사회가 더욱 광범위하고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자 구성됐다.
IPCC는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가 참가해 기후변화 추세 및 원인규명,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학적, 사회경제적 영향 평가, 그에 대한 대응전략을 분석한 평가보고서를 실무그룹별로 발간하고 있다. 발간되는 보고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에 정부 간 협상의 중요한 근거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IPCC는 1988년 설립 이래 총 4차례에 걸쳐 평가보고서를 발간했다. 1990년 제1차 평가보고서 발표를 통해 지구온난화의 과학적 증거를 확인해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 억제 노력을 촉구하는 UNFCCC를 발족하는 결정적 계기를 가져다줬다. 1995년 제2차 평가보고서는 지구온난화를 인간에 의한 영향으로 결론지었으며,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구속력이 있는 장치로서 1997년 교토의정서를 채택하는 데 기여했다. 2001년 제3차 평가보고서는 현재의 기후시스템 이해와 미래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 값과 이의 불확실성을 제시했고, 2007년 제4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명백한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함으로써 2007년 노벨위원회로부터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UNFCCC 당사국총회(COP21)가 열렸다. 이날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신기후체제를 위한 국제적 합의문을 도출했다.
이에 따라 모든 국가들은 파리 협정에 의거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약속(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NDC)을 스스로 결정해 매 5년마다 제출해야 한다. 이 약속에는 각국의 감축의무뿐만 아니라 적응 노력, 나아가 재정 및 기술지원 약속 등을 모두 포함할 수 있다. 현재까지 신기후체제의 이행을 위해 195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중 188개 국가들이 스스로 결정한 NDC를 제출한 상태다. 국가들은 자국이 제출한 NDC를 실제로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 로드맵을 세우고 정책을 정비하는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립하기 위해 관계부처 논의를 진행 중이며, 적응과 관련해서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적용될 제2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올해 초 수립했다. 일본도 정부 차원에서 2030년 감축목표와 2050년 장기 감축목표를 담은 지구온난화대책계획(안)을 수립해 각의에 상정 예정이며, EU는 이미 제출한 2030년 감축목표 이행을 위한 입법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혹자들은 COP21이 열렸던 2015년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를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로 명명하기도 했다.


◇ 국민 스스로 기후변화 심각성 깨우쳐야
지난해 말 파리에서 각국 대표들이 모여 2020년 이후 기후변화 대응의 기본 틀에 대해 마침내 합의했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들까지 함께 기후변화대응 노력을 기울여 간다는 것,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2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구체화한 것 등이 중요한 골자였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음이 관측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이 파리에서 목표치로 잡은 2도의 절반인 1도까지 이미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2도 상승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가 결코 만만치 않은 도전적인 과제임을 말해주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가 인류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과학자들이 경고하고 있지만 이를 억제 또는 완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노력은 왜 이렇게 지지부진할까?
무엇보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있어서 국가 이기주의가 작용하는 측면이 크다. 지구상의 대기는 제트기류와 같은 대기 순환구조에 따라 지구를 감싸고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뒤섞이면서 돌고 있다. 어느 특정 국가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면 이에 따른 산업의 생산원가 등 비용 상승은 그 국가 내에 고스란히 떨어지지만, 그 혜택은 그 국가의 대기가 다른 지역과 뒤섞이게 되므로 전 세계 국가들이 골고루 누리게 된다. 따라서 다른 대부분 국가들이 배출가스 감축노력을 기울이면 특정한 개별 국가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더라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서로 미루다 보면 결국 모든 나라가 감축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모든 나라가 함께 합의하고 공조해 감축노력을 강화해 나가는 길뿐이다. 국제사회가 UNFCCC를 유지하면서 논의해 오고 있는 이유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배출가스 감축노력을 하더라도 그 혜택은 몇 세대가 지난 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는 매년 생산되는 배출가스량이 아니라 연도별 배출량이 쌓인 누적 총량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현 세대에서 배출가스를 감축할 경우 그 비용은 고스란히 현 세대에게 떨어지지만 그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주로 미래 세대가 혜택을 누리게 된다. 국가별로 재원은 한정돼 있고 당장 새로운 복지제도를 신설하면 국민들이 즉각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이 대신에 수십 년 후에 효과가 나타나는 문제를 위해 사회적 비용을 투자하자고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결국은 일반 시민들이 기후변화가 인류 공동의 심각한 문제라는 점과 해결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여러 대응 노력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각자 스스로 노력에 동참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2월 범정부적으로 마련한 ‘기후변화대응체계 개편방안’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권 등 기후변화 관련 업무를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로 나눈다는 내용의 최종방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6월부터는 기존 환경부가 아니라 산업부가 기후변화대응을 주도하게 된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37%)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감축 로드맵 마련과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 2050년 장기 저탄소발전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또한 녹색 생활문화 확산, 지자체 녹색생활 컨설팅 강화, 저탄소 녹색도시 모델 개발 등 정책 노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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