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탈선사고가 잇따르면서 철도 안전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심지어 곧 개통을 앞둔 철도 구간에서 지반균열까지 발생하고 있어 국가철도망 구축 전 단계에 걸쳐 철저한 안전관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오전 3시 40분경 전남 여수 율촌역 전방 200m 부근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열차가 선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기관사의 과실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11일에는 대전 신탄진역 인근에서 화물열차가 선로를 이탈해 경부선과 호남선을 지나는 열차 47대의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발생한 철도사고는 총 6715건으로 집계됐다.
산술적으로 연평균 약 447건의 철도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같은 기간 철도사고에 의한 사상자 수는 7813명에 달한다.


물론 전체 철도사고는 2000년대 초반 연간 800건대에서 2010년대 들어 200건대까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열차 탈선, 충돌, 화재 등 열차사고는 아직까지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열차사고 대부분은 신호위반, 과속, 고장 등에 의해 발생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 마디로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철도 종사자의 ‘안전불감증’이 야기한 사고라는 말이다.


실제로 여수 율촌역 탈선사고의 경우 직접적인 원인은 과속이지만 기관사와 관제실 사이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대전 신탄진역 화물열차 역시 바퀴의 규격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돼 안전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달 19일 발생한 경기 용인역 지반균열 사고는 또 다른 문제다.


용인역 인근에서 지반균열이 처음 발생한 것은 지난 3월 20일이었다.
철도시설공단은 이달 초까지 보강공사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용인역을 지나는 수서발 고속철도(SRT)의 8월 개통이 가능하다는 보고를 국토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또 다시 지반균열이 발생하면서 SRT 개통은 올 연말로 연기됐다.
당초 SRT는 지난해 말 개통할 예정이었으나 연약지반 공사 등의 문제로 올해 8월까지 개통이 연기된 상태였다.


만약 용인역의 지반균열이 SRT 개통 이후 발견됐더라면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지 모를 일이다.


용인역은 SRT가 통과할 뿐 아니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역시 정차하게 될 구간이다.
이번 지반균열도 GTX 구간 굴착과정 중 터널 상부의 연약지반에 변위가 생기면서 하중이 증가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해당 구간은 3개의 단층대(신갈·용인·원천)가 복합 작용하는 특수한 지역으로 지질상태가 매우 불량하다고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는 강조했다.


국가철도망 구축 단계에서 용인역 구간의 지형과 지질 상태에 대한 분석이 정확하게 이뤄졌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일반도로와 차별화되는 철도의 가장 큰 특징은 안전”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보면 교통 편의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 가시적인 성과에 치중하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잇따르고 있는 철도사고를 계기로 철도 종사자들에 대한 안전교육은 물론 열차 불량이나 선로 이상 등에 대한 대대적인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인력과 예산을 줄이는 등 안전과 역행하는 정책들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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